사할린은 역사적으로 우리 동포들의 한이 맺힌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사할린 탄광 채굴과 군수공장을 위한 노동력으로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하고는 2차대전에 패전하자 이들을 버려두고 자기들끼리만 철수하고 말았다. 그들은 항구에서 자신들을 데리고 갈 배를 기다렸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배는 오지 않았다.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한인들은 사할린에 남아 맨손으로 열심히 일해 지금은 사할린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있다. 한편 사할린 동포들에 대한 보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상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사할린에 대한 투자는 10여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2007년에 사할린 골프장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는 실패했고, 2008년에 국내 모증권사가 사할린 광산에 투자한 건은 약 3년 만에 10%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사할린에 대한 투자는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러시아, 특히 사할린의 변화된 현재 경제 상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 러시아 여타 지역과는 다른 사할린의 경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사할린 투자와 경제협력에 눈을 돌릴 시기가 왔다.
러시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743달러(2017년)인데, 사할린의 1인당 GDP는 2만8500달러로 우리나라의 1인당 GDP 2만9744달러(2017년)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할린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의 채굴 및 임업, 어업이 주요 산업이다. 소련 붕괴 후 석유 붐이 일어서 석유와 가스의 비중이 커졌다. 10여년 전부터는 석유와 가스가 공업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석유와 가스 덕택에 실업률이 2%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는 계속 활황이다.
그런데, 사할린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된 낡은 주택에 살고 있어서 새로운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많다. 이들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서 한국형 고급 아파트를 지어주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스키장과 골프장 등 레저시설 개발도 원하고 있다. 한국인의 부동산 개발을 기다리는 땅도 많다. 최근 사할린의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시)를 방문했을 때는 시청 공무원이 시내 번화가의 주차장 부지를 안내해줬다.
유즈노사할린스크시내는 주차장이 거의 없어서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시에서는 번화가 몇몇 곳을 주차장 부지로 결정하고, 한국기업이 와서 주차 빌딩을 짓고 주차장 사업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주차장 부지를 싼값으로 살 수 있으며, 주차장을 짓는 비용 일부도 시에서 부담하겠다고 한다. 사할린주는 한국 기업과 개인의 투자 유치를 위해 9월 1일 서울 노량진에 사할린투자진흥청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곳을 방문하면 사할린 투자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사단법인 4차산업혁명실천연합(이사장 문상주)은 민간 차원에서 사할린 지역을 중심으로 한·러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할린 한인 동포들에게 4차 산업혁명 교육도 실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문상주 이사장은 러시아와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때에는 러시아 선수들이 입국할 때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응원을 해서 러시아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사할린과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세계적 수준의 극동연방대학교가 있어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산학협력도 할 수 있다. 극동연방대학교와 협력하여 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도 가능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여러 차례 사할린을 포함한 극동지역 개발에 대해 강조하고 관심을 보였다.
지난 7월 모 조찬포럼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우윤근 전 주 러시아 대사는 강연을 통해 러시아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러시아가 경제협력 유망 지역임을 강조했다. 우리 기업들이 이제 사할린으로 눈을 돌릴 때가 왔다. 우리 기업들이 사할린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면 사할린이 비극의 역사를 극복하고 한·러 경제협력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