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언론, 홍콩 시위대에 폭행당한 기자 '영웅화'..."진짜 사나이"

2019-08-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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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환구시보 기자, 시위대에 붙잡혔다가 경찰에 구조돼

홍콩 시위에 대한 中 여론 분노 커져...개입 명분 삼나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여론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전날 밤 홍콩국제공항 시위 현장에서 중국 기자를 포함한 2명의 중국 남성이 시위대에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다. 이에 중국 관영언론은 시위대에 잠시 억류된 기자를 '영웅'으로 포장하며 중국인들의 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1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전날 밤 홍콩국제공항으로 몰려든 수천명의 홍콩 시위대는 밤새 경찰과 난투극을 벌이면서 5명이 체포됐으며 잠복 경찰로 지목된 중국인 한 남성과 푸궈하오(付國豪) 환구시보 기자가 시위대에 억류됐다가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해당 기자가 폭행당하는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 메인에 걸었고, 또 '맞다. 그 사람은 우리 기자이자 영웅'이라는 등의 제목을 달아 푸궈하오 기자의 행동을 치켜세우는 기사를 인터넷에 잇따라 게재했다.

신문은 그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고 외쳐 중국인의 기개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실제로 웨이보 등에 확산된 동영상을 보면 푸궈하오는 시위대가 자신을 붙잡아 손을 머리 뒤로 올려 묶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때려라”라고 외쳤다. 이후 공항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는 중국 신분증을 쥐고 있었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그의 머리에 시위대에게 맞은 듯한 상처가 보이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푸궈하오는 구타를 당할 상황에서도 중화인민공화국 신분증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신문은 "푸궈하오가 시위대에 에워싸도 '홍콩을 사랑한다(I love Hong Kong)'를 외쳤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푸궈하오가  홍콩인에게 폭행을 당해도, 여전히 홍콩을 사랑한다고 말했다며 푸궈하오를 ‘진짜 사나이’라고 치켜세웠다.
 

[사진=환구망 캡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역시 "언론의 자유는 어디에 있나, 법치는 어디에 있나, 인성은 어디로 갔나"라며 시위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인민일보는 "우리는 감금당한 상황에서도 기개를 잃지 않은 푸궈하오를 기억해야 한다"며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그의 말은 14억 중국인의 마음의 소리를 대변한 것이며 중국인으로 당연히 갖춰야 할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중국 중앙방송(CCTV) 역시 시위대가 공항처럼 공개적인 장소에서 중국 본토 기자를 구타했다며 "폭도들이 테러 행위를 하며 미쳐 날뛰고 있다"고 전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이날 웨이보를 통해 "푸궈하오에 경외심을 갖는다"며 "그는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동을 말하지 않고, 단순히 '죄송하다'고만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우리는 이를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다. 푸궈하오가 홍콩 공항에서 폭도들에게 불법적인 억류를 당하고, 반인권적인 대우를 받았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폭도들은 엄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홍콩의 반중·반정부 시위대가 지난 6월부터 시위를 벌인 이후 처음으로 중국 본토인을 억류하고 폭행한 사건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에 인접한 선전에 집결, 유사시 무력 진압하겠다고 경고한 터라 홍콩 사태에 대한 중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 산하 위챗 계정인 정즈젠(政知見)에 따르면 이날 중국 동부 전구 육군은 자체 위챗 계정 '인민전선'을 통해 선전만 부근 춘젠 체육관에 군용 도색을 한 차량이 대기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10분이면 홍콩에 도착할 수 있으며 홍콩 공항에서 56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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