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10일 중국 동관에서 화웨이개발자행사(HDC)를 개최하고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 하모니와 이를 탑해한 스마트TV '아너 비전(栄耀)'을 공개했다.
화웨이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다양한 스마트 기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약 7년 전부터 5000여명의 개발자를 투입해 하모니를 개발했다.
하모니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 중인 차세대 통합 운영체제 '푸시아(Fuchsia OS)'처럼 마이크로 커널 기반 운영체제다.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운영체제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커널'을 최대한 단순화해 스마트폰, 스마트TV, 스마트카, 스마트스피커 등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커널에선 '앱 스케줄링'이나 'IPC(프로세스 통신)' 같은 기초적인 작업만 담당한다. 다른 핵심 기능은 특정 기기에 맞춰 변경된 사용자 공간에서 처리한다.
화웨이 관계자는 "하모니는 리눅스 자원 배분 기술을 이용하는 안드로이드와 달리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실시간 로드 분석 및 예측 엔진'을 활용해 시스템 자원 배분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IPC 속도를 푸시아의 5배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실제 상용화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최적화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화웨이는 하모니를 적용한 스마트TV를 선보임으로써 하모니 상용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모바일 버전 하모니는 아직 완성하지 못한 상태다.
과거 윈도우폰, 바다·타이젠 등 안드로이드를 대체하기 위한 모바일 운영체제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했지만, 독자적인 앱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실패해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하모니의 앱 생태계 역시 개발된 앱의 숫자가 400만개가 넘는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화웨이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최소한의 앱 생태계를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하모니 앱 개발에는 화웨이가 준비한 ARK 컴파일러와 C, C++, 자바, 코틀린 등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하모니는 벌써 중국 개발사들이 만든 40여개의 앱을 갖췄다. 이용자들에게 앱을 배포할 수 있는 '앱갤러리'라는 별도의 모바일 장터도 제공한다. 하모니 앱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하모니 오픈소스 커뮤니티 구축 및 운영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시중에 알려진 것과 달리 하모니에서 바로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책임자(사장)는 "유사한 커널과 엔진을 쓰는 만큼 화웨이가 개발한 변환 도구를 통해 1~2일 정도의 변환 작업을 진행하면 안드로이드용 앱을 하모니용 앱으로 손 쉽게 변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하모니는 스마트TV를 위한 1.0 버전이다. 내년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2.0 버전을 시중에 출시한 후 2021년 3.0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3.0 버전은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카(헤드유닛 디스플레이)까지 지원한다. 모바일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 시대까지 선제 대응한다는 화웨이의 야심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에게 하모니는 '플랜B'다. 위청둥 사장은 "화웨이는 구글 등 미국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화웨이 관계자에 따르면, 하모니는 스마트TV나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된 운영체제이지 스마트폰에 특화된 운영체제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거래금지 조치가 계속되면 부득이하게 하모니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방침이다.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인 화웨이의 최고급 스마트폰 '메이트X'에 하모니가 탑재될지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