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 기획②] ‘평화반대’ 일본…韓 동북아 외교 주도권 잡으려면

2019-08-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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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에는 '강한일본' 위한 아베 정권 야욕

아베의 '강한 일본'과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 통해…한국의 중요성 점차 사라져

한일갈등은 동북아 안보에 위협…복잡한 국제관계 속 한국외교 생존전략은

.[연합뉴스]


이른바 '65년 체제'는 한국 역사의 아픈 상처다. 과거 강제징용부터 현재 한·일 경제전쟁의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박정희 정권 때 맺은 한·일 청구권 협정은 '3억달러 무상자금·2억달러 차관'과 '대일 청구권 포기'를 맞바꾼 굴욕 외교의 상징으로 꼽힌다. 5·16 쿠데타 이후 협상을 재개한 65년 체제 자체가 경쟁 열위에서 만들어진 '불평등한 협정'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65년 체제 청산론'의 핵심이다. 역사의 '리셋 증후군'을 경계하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아주경제는 총 4회 기획을 통해 '포스트 65년 체제'를 모색한다. <편집자 주>


"우리의 아이들이 일본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만들겠다."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한·일갈등의 불을 지핀 배경에는 평화헌법을 버리고 헌법을 개정해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욕이 있다.

패전 후 연합국에 의해 강요된 평화헌법 등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 일본 국민 스스로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일본의 이런 패권국가적인 성향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제외 조치로 한층 더 단단해졌다.

◆한·미·일 대신 미·일·호 선택한 미국···사라지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

과거 동아시아 전략의 일환으로 안정적인 한·일관계를 통해 중국에 대항하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를 유지하려고 했던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는 동아시아 안보전략을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수정했다. 일본·호주·인도를 엮어 중국·러시아와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한·미·일 상호간 전략적 중요성이 줄면서 차츰 정책우선순위에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한국의 역할이 전혀 드러나지 않으며, 한·미의 전략적 협력 대부분은 사실상 북한 문제와 한반도에 국한된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인도태평양전략(미국)과 일대일로(중국) 간 경쟁의 딜레마 때문에 한국이 공식적으로 미국에 지지를 표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곳도 미 국방부"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비용 등을 이유로 해외 주둔한 미군 규모를 축소시키길 것을 주장해왔다. 방위비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일본이 더 큰 역할을 해주길 원하는 미국과, 군대를 보유한 보통국가를 지향점으로 삼는 아베 총리의 속내는 완벽하게 일치한다. 실제 아베 2차 내각이 출범한 이후 일본은 방위비 예산과 F-35A스텔스 전투기, 무인헬기 등 최신무기 도입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방미 목적에 대해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재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은 종속변수로 아시아에 대한 외교정책을 운영하려는 것인지 미국 백악관과 상하원 의원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며 "한·일갈등에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러 간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위기의 한국' 살아남기위한 외교전략은?

현재 한국은 미국발 '3대 안보청구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한일갈등·북한과의 비핵화협상·남북경제협력 등 산적한 외교현안을 풀어나가려면 미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미국이 내밀 청구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고자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면서 유력 후보지역으로 한·일을 꼽고 있다. 만약 한국에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된다면 '제2의 사드 사태'가 재현될 우려가 크다. 한국군의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내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등도 변수다.

최근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위한 '다국적 호위 연합체'구성에 한국 병력의 파견을 요청했다. 또 최근 워싱턴 정가에선 내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보다 5배 인상한 50억 달러(약 6조원)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이날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린 대선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해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언급하며 "(뉴욕) 브루클린 임대아파트에서 114달러 13센트를 받는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만간 재개될 한국과의 11차 SMA(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상)에서 방위비 인상을 재차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 관계에서 미국이 전통적으로 유지하던 헤게모니를 이어가는 데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있고, 미국의 패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 한·일 갈등은 한쪽이 확실하게 힘의 우위에 서기 전까지 반복적으로 재발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동맹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중플레이 펼치는 '다층적 외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교수는 "전 정부의 대일외교가 위안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면, 현 정부의 대일외교는 강제징용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면서 "현재의 역사갈등이 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 등 동시다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미해결된 문제들이 중첩되면서 양국관계가 추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식민지배·냉전기를 거쳐 구축된 한·일관계는 국제사회 환경의 변화, 강대국들의 세력 전이, 양국의 국력 변화와 경제력 상승 등으로 관계 설정의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섰다"면서 "향후 한·일관계의 미래상과 대일외교의 명확한 목표 및 전략수립,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갈등관리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일갈등의 돌발변수는 트럼프"라며 "일본의 경제 도발이 무역충돌을 넘어 안보문제까지 흔드는 위험한 선택임을 워싱턴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한국이 다양한 국가에 대외적 메시지를 끊임없이 발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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