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인수자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나서는 것보다 강성부펀드(KCGI)와 함께 한진칼 지분을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통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이 1조5000억~2조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곳은 애경그룹뿐이다. 주요 대기업이 참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이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인수자가 적을수록 거래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원이다. 매각대상인 금호산업 등이 보유한 지분 33.47%의 가치는 4000억원. 경영프리미엄 20~30%를 고려하면 4800억~5200억원이다. 50%를 가산하더라도 6000억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은행은 지난 4월 4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CB를 매입했다. 지난해 사들인 1000억원을 포함하면 총 5000억원이다.
예상 인수가격에는 영구CB가 포함돼 있다. 경영 정상화 목적 신주발행까지 고려한 자금이 더해지면서 거래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문제는 영구CB 금리가 연 7.2%로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2021년 5월부터는 연 9.5%로 오른다. 2022년부터는 국고채 3년물과 2년물 금리차가 추가된다. 2024년부터는 매년 연 0.5%씩 금리가 가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은 입장에서는 안정적 자금회수를 위해 CB를 통한 딜(deal) 구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최대 2년 내(최초 금리인상 시점) 매각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인수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영구CB 상환 조건은 2021년 4월 혹은 최대주주 변경이다. 가격은 차치하더라도 시간적으로도 여유롭지 않은 셈이다.
영구CB를 매수한 산은의 목적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된다. 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은 일반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섣불리 공급하기 어렵다. 국책은행이니 가능한 일이다. 자금지원 목적이라고 하지만 사모 형태로 발행되면서 기업 정상화가 아닌 자금회수와 차익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주식가치 희석 등은 인수 주체와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가져가게 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는 주체는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한 곳”이라며 “영업 정상화는 제외하더라도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주가가 상승할 수 있고 산은 입장에선 CB 상환 혹은 매각 실패시 주식전환 등 양방향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이 대내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매각에 실패하면 산은 책임론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영구채가 아닌 영구CB로 전환한 것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키(key)를 잡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진그룹과 지분 대결로 주목을 받은 강성부 펀드(KCGI)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자금 동원력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오히려 KCGI 행보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사모펀드와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특정 매물을 인수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며 “KCGI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재무적투자자(FI)인 만큼 경영정상화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KCGI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 의사를 통해 오히려 한진칼 지배구조개선과 경영효율성 제고 목적을 부각시킬 수 있다”며 “실제로 인수자들이 아시아나항공에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현재는 한진그룹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KCGI 등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