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내정자는 12일 경기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모든 국민이 체감하고 있다”며 “과기정통부는 국가 중장기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서 관련 과학기술 기초를 철저히 다지고 다른 부처와 협력하면서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규제에 해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의 미래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과학기술, 정보통신 정책의 쇄신을 이뤄내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 소재와 기타 기술의 역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특히 R&D 프로세스를 점검해 혁신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최 내정자는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콘텐츠 개발을 추진하고, 본인의 연구 분야인 인공지능(AI) 관련 R&D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업계에선 최 내정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인 AI 반도체 관련 R&D와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내정자가 지난 2년 동안 서울대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 센터장으로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는 'AI 뉴로모픽 칩(neuromorphic chip)' 개발을 지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NPRC는 삼성전자의 예산 지원으로 서울대, KAIST, 포스텍, 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 4개 대학 17명 교수와 100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산학협력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1단계로 3년간 연구비 90억원을 지원하는 등 비메모리 사업 강화를 위해 국내 연구진들의 AI 뉴로모픽 칩 개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AI 뉴로모픽 칩이란 뉴런과 시냅스로 구성되어 있는 사람의 두뇌구조를 흉내낸 차세대 AI 하드웨어다. 사람의 뇌는 100억개의 뉴런과 이를 연결하는 10조개의 시냅스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정밀한 구조로 슈퍼컴퓨터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복잡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이 점에 착안해 컴퓨터·뇌 과학자들이 합심해 인간의 뇌 구조를 흉내낸 AI 뉴로모픽 칩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AI는 중앙처리장치(CPU), 범용그래픽처리장치(GPGPU) 등 일반 PC용 반도체와 기계학습(머신러닝), 인공신경망(딥러닝) 등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구현된다. 범용 반도체를 이용하다 보니 과도한 전력 소모로 인해 대규모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나 슈퍼컴퓨터에서만 고성능 AI를 구현할 수 있다는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
반면 AI 뉴로모픽 칩은 처음부터 AI 구현을 위해 설계된 하드웨어다. 기존 반도체보다 이미지, 텍스트 등 비정형 데이터 처리능력이 뛰어나고 전력 소모량도 기존 반도체 대비 1억분의1 수준에 불과해 미래 AI 시장의 패권을 확보할 핵심 기술로 여겨진다.
해외에선 2022년 1000억 달러(약 1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AI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5년 전부터 미국·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IBM의 AI 뉴로모픽 칩인 '트루노스'는 2억6000만개의 인공 뉴런을 구현해 꿀벌과 비슷한 수준의 처리능력을 확보했다. 인텔의 AI 뉴로모픽 칩인 '로이히'는 13만개의 인공 뉴런과 128개의 처리장치를 활용해 고도의 인지 능력을 확보했다. 이 밖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퀄컴, 화웨이 등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AI 뉴로모픽 칩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