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강경파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지휘관으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정책국장은 이날 중국 정부에 환율 조작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나바로 국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무역적 배경 속에서 통화를 절하시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관세에 맞서기 위해 의도적 환율 조작에 나섰다는 것이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은 그렇게(위안화 절하를) 할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응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바로 국장은 강력한 조치가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경우, 미국 정부가 중국에 맞서기 위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달러를 매각하면서 시장에 뛰어들 경우 환율전쟁의 확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9일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외환분석가들의 보고서를 인용해 "무역전쟁과 개입 공포가 계속해서 시장 전망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기본 가정이기는 하지만, 직접 개입의 위험성은 이전보다는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물론 트럼프 정부가 당장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정부가 직접) 달러를 절하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달러가 자연스럽게 조금씩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미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일축하기는 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ING의 크리스 터너 전략 글로벌 대표는 마켓워치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외환 옵션시장은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역시 환율전쟁에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1일 중국 매체 제몐(界面) 등은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인민은행 총재가 10일 헤이룽장성에서 열린 ‘제3회 중국40인금융포럼’에 참석해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저우 전 총재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한 것은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 금융 정책자들은 양국의 장기적 갈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천위안 전 인민은행 부총재는 “미국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가 미국을 억제하고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미국이 약점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무기화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