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의 역사 보고 있다” 박인비의 극찬에…고개 숙인 고진영의 ‘겸손’

2019-08-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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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또 다른 한국 골프의 역사를 보고 있는 것이다.”

‘골프 여제’ 박인비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바로 옆에 두고 치켜세운 한 마디다. 덧붙여 박인비는 “진영이는 진짜 전성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고진영은 “인비 언니가 칭찬을 해주시니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며 민망해했다. 이어 수많은 취재진이 몰린 현장에서도 “저는 말을 아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수차례 ‘겸손’을 가슴에 새겼다.
 

[고진영의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KLPGA 제공]

고진영은 9일부터 사흘간 제주 오라 컨트리클럽 동‧서 코스(파72)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8억원)에 출전한다. 고진영은 박인비와 함께 1회 대회부터 올해 6회 대회까지 빠지지 않고 개근했다.

고진영은 오랜 만의 고국 나들이다.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이후 10개월 만. 그사이 고진영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 시즌 3승을 수확하며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다.

또 올 시즌 LPGA 투어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등 주요 타이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고진영은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주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까지 받아 진정한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2년 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이룬 고진영은 미국 진출 이후 국내 대회 우승이 없다. 하지만 최근 최고의 샷 감으로 세계 무대를 평정해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고진영은 대회 개막에 앞서 8일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박인비, 최혜진, 조정민 등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섰다. 오랜 만에 다시 제주도를 찾은 고진영은 “오라 컨트리클럽은 초등학교 때부터 오던 곳이라 예전부터 계신 캐디 언니들도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곳”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골프 여제' 박인비(오른쪽)와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의 만남. 사진=KLPGA 제공]


유럽 일정을 마치고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고진영은 곧바로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올해 달라진 위상을 몸소 느낄만 했지만, 정작 고진영은 골프 외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며 소박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공항에 도착했는데 아버지께서 평소 안 하시던 볼 뽀뽀를 하시더라. ‘아빠가 기분이 많이 좋으시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며 웃었다. 고진영은 서귀포 집에서 하룻동안 달콤한 휴식을 취하며 좋아하는 아귀찜도 실컷 먹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골프 스윙 외적인 질문이 주로 나오자 농을 섞어 내심 속상한 속내도 드러냈다. 고진영은 “작년에 비해 기술적으로 변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는데 티도 안 나고 그렇게 안 보인 것 같아 속상하다”며 웃은 뒤 “스윙과 쇼트게임, 퍼팅, 멘탈 등 많은 부분을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스스로 어필했다. 이어 “기술적인 것 외에는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 자리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도 겸손함을 더했다. 그는 “1위 자리는 ‘좋은 거구나’라는 느낌 정도만 드는 것 같다”며 “2위로 내려온 다음 느낀 건 미국 투어에 있는 선수들은 경기력만 좋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었다. 1위라는 자리의 의미보다 경기력을 유지해야 1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내 경기력을 어떻게 하면 좋게 지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또 고진영은 최근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 밝힌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미국)에 대한 호감도의 수위도 조절했다. 그는 “켑카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플레이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은 뒤 “똑바로 멀리 치고 퍼팅도 잘하기 때문에 선수가 보기에도 멋있는 선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진영의 이번 대회 목표를 “예선 통과”라고 말했다. 술렁인 현장 분위기 탓에 눈치를 보기도 했지만,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 장거리 이동 이후 국내 행사에 쫓아다니느라 몸이 녹초가 돼 있는 상태다. 몸을 더 피로하게 만들 무더위도 복병이다.

고진영은 “지난 2주 동안 잘하긴 했는데 그때와 다른 날씨 변화가 있어서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면서 “어제 연습 라운딩 때 너무 더워서 대회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도 좀 되고 한다. 체력 관리를 잘해서 내일 좋은 경기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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