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1월 21일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는 IMF에 긴급 외화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회견 당시 국내에 남아 있던 외환보유액은 39억4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는 어떻게 변했을까.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7월 말 현재 4031억1000만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 다음 '카드'로 금융보복을 쓸 수 있다는 우려에도 우리 정부가 자신만만한 이유다.
◆외환보유액·통화스와프···탄탄한 '이중 잠금'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자금 규모는 최대 52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국내은행의 일본계 외화차입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10조원 수준으로 전체 외화차입금의 6.6%에 그친다.
같은 기간 외화유동성비율(LCR)은 111.2%(잠정)로 규제비율(80%)을 크게 넘어서고, 외화여유자금은 292억 달러로 3개월 내 만기도래 외화차입금 37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특히 정부는 통화스와프를 통해 안전판도 마련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환율이 불안정해지고 외국인 투자자의 외환 유출이 급증하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데, 이럴 때를 대비한 대책이 통화스와프다. 외환보유액을 적절히 보유하면서 외환 유동성까지 충분히 확보해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캐나다, 스위스와 같은 주요 기축 통화국과 통화스와프가 체결돼 있다. 스위스와는 106억 달러 규모이며, 캐나다와는 사전한도는 물론이고 만기도 없다. 이 외에도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과 총 1328억 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외화 부족 등 유사시에도 충분히 대응할 능력이 있다.
또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도 4130억 달러에 이른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제한 값으로, 우리나라의 대외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가 된다. 순대외금융자산이 충분하면 대내외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신용카드·캐피털 사 등 여신전문금융사 역시 일본계 금융사가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낮고, 회수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대체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여전사가 자산유동화 증권(ABS)을 통해 조달한 일본계 자금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55억600만 달러(약 6조4000억원)다. 이 자금은 미즈호나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MUFG) 등 일본계 은행이 인수한 달러 표시 외화채권이다.
여전사는 크게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해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ABS다. ABS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유동화 사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기초 자산이 있기 때문에 회사채에 비해 금리가 높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자산으로 꼽힌다.
또 여전사는 대부분 ABS 발행과 함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만기에 미리 계약한 환율로 갚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없애는 옵션이다. ‘1달러에 1000원’이라는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으면 2~3년 후 환율이 1200원으로 올라도 1000원으로 계산해서 갚으면 된다.
국내 여전사의 일본계 자금 6조4000억원은 100%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만기에 갚을 금액이 정해져 있는 사실상 원화 채권인 셈이다. 원화 채권이기 때문에 만약 일본 금융사가 일시에 갚으라고 해도 여전사는 회사채를 발행해서 갚으면 된다.
특히 ABS는 발행이 제한돼 있어 채권시장에서 초과 수요 상태다. 일본 금융사가 여전사의 외화채권을 투매해도 이를 인수하려는 다른 나라 금융사들이 많다는 뜻이다. 더욱이 일본계 은행이 예상한 수익을 포기하고 중간에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