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격에 무역+환율 '복합전'으로…中 반격 카드는

2019-08-0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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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환율조작국 지정, 협상 새판 짜기

위안화 환율 연말까지 7위안 웃돌듯

中 고민, 美국채·희토류 카드 꺼낼까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궁지에 몰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려 굴복 대신 항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미·중 양국이 무역은 물론 환율 문제를 놓고도 난타전을 벌이는 혼전 양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당 7위안을 넘은 위안화 환율은 당분간 약세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자본 유출 위험 탓에 중국 당국이 부분적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美 회심의 일격, 협상 새판 짜기

미국이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 이후 25년 만이며,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로는 처음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일격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무역협상을 통해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결렬의 위험성을 내포한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쉽게 꺼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의 배경으로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 중국 인민은행의 포치(破七·달러당 위안화 환율 7위안 돌파) 용인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무역협상에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판을 짜기로 결단한 게 보다 근본적인 이유다.

중국의 버티기 전략을 무력화하기 위한 충격 요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간의 협상 내용을 뒤엎을 만한 초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이달 중 이뤄질 양측 실무급 협상과 9월로 예정된 고위급 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낮아졌다. 파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타의에 의해 새판으로 끌려 들어가게 됐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당장의 파급 효과보다는 중국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일단 미국의 후속 조치와 중국의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기존 양자 협상 외에도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중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새 국면에 적응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위안화 절하 지속 전망, 당국 개입할 듯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을 넘은 위안화 환율은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환율조작국 지정까지 감행하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도 제조업 경기 위축으로 최우선 과제인 고용 유지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며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

중국 금융권 관계자는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진 만큼 위안화 환율은 연말까지 7위안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위안화 평가 절하가 급격하게 진행된다면 중국 당국도 수수방관하기는 어렵다. 2015년처럼 위안화 가치 급락으로 외국 자본이 대거 유출되는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인민은행은 6일 300억 위안(약 5조1500억원) 규모의 중앙은행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일종의 환율 안정 채권으로, 3개월 기한 200억 위안어치와 1년 기한 100억 위안어치다.

환율조작국 지정의 부당함을 강조하면서 역외시장의 투기 세력을 견제하는 이중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함에 따라 글로벌 환율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격 나선 中, 美국채·희토류 카드 꺼낼까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에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이 꼬리표는 미국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민은행은 "이런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행태는 국제 규칙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것으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대목은 중국 전·현직 수뇌부가 총출동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환율조작국 지정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시 주석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겠지만,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 사태 등으로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입은 시 주석이 추가 양보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그동안 아껴 온 카드로 반격에 나설 공산이 크다.

전날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잠정 중단키로 한 중국은 수입 완전 금지령이나 추가 관세 부과 등을 언급하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농산물 구매 중단은 도구 중 하나일 뿐"이라며 "미국이 일으킨 방자한 게임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매각이나 희토류 수출 제한 등 대미 공세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돼 온 조치를 단행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결정된 이후에나 전향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또 다른 베이징 소식통은 "당분간은 양국 간 난타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 주석 모두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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