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 기대감을 부풀렸다. 대회 사흘째 위기를 극복하며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끝내 우승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발목을 잡은 건 악몽 같은 15번 홀(파5)이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시지필드 컨트리클럽(파70). 안병훈은 대회 초반부터 선두 자리를 꿰찼다. 경기력이 완벽했다. 1~3라운드 내내 보기 없이 버디만 무려 17개를 잡아냈다. 4라운드 14번 홀(파3) 전까지 68홀 연속 보기 없는 경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마지막 날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던 4라운드 막판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드라이버로 친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갈대숲에 빠졌다. 또 벌타를 받은 안병훈은 결국 ‘노보기’ 행진이 멈췄다.
이번 대회 69번째 홀 만에 보기를 적어낸 안병훈은 흔들렸다. 16번 홀(파3)에서는 곧바로 버디로 만회했으나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스리 퍼트로 다시 1타를 잃어 연장 기회마저 놓치고 생애 첫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오히려 완벽했던 ‘보기 프리’ 경기가 독이 된 셈이었다.
안병훈은 이번 대회에서 최종합계 20언더파 260타를 기록, 깜짝 우승을 차지한 J.T. 포스턴(미국·22언더파 258타)에 2타 뒤진 3위로 마감했다. 2016년 PGA 투어에 데뷔한 안병훈은 우승 문턱에서 세 차례나 좌절했다. 세 번의 준우승 가운데 두 차례는 연장전 패배였다.
이날 공교롭게도 안병훈과 우승 경쟁을 벌인 포스턴은 보기 없이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기회를 잡은 대회에서 포스턴이 ‘인생 경기’를 펼치는 운이 없는 날이었다.
우승 기회를 또 한 번 미룬 안병훈은 “썩 나쁘진 않았는데 후반이 아쉬운 경기였다”며 “그 전까지는 보기 없이 잘 하고 있었는데 15번 홀 보기는 아쉬웠다. 드라이버가 괜찮게 맞았는데 그렇게 멀리까지 갈 줄은 몰랐고 운이 없었던 것 같다. 클럽 선택을 잘못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안병훈은 이번 대회에서 시즌 최고 성적을 거두며 페덱스컵 82위에서 57위로 순위를 끌어올려 70위까지 나갈 수 있는 플레이오프 2차전 출전을 확정했다. 그는 “이번 대회보다 더 플레이오프가 포인트가 많고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주를 쉬려고 했는데 막판에 참가하기로 결정했고, 이 정도면 괜찮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접어둔 뒤 “이번 주 좋은 것을 토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다음 주 플레이오프부터는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대회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좀 더 노력해서 반드시 1승을 거두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