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15번홀' 안병훈, 완벽했던 '보기 프리'가 독이었나

2019-08-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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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최종 20언더파 단독 3위

천당과 지옥 오간 ‘15번홀’…결국 첫 우승 발목

페덱스컵 82위→57위, 플레이오프 2차전 출전 확정


안병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 기대감을 부풀렸다. 대회 사흘째 위기를 극복하며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끝내 우승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발목을 잡은 건 악몽 같은 15번 홀(파5)이었다.
 

[퍼트하는 안병훈.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시지필드 컨트리클럽(파70). 안병훈은 대회 초반부터 선두 자리를 꿰찼다. 경기력이 완벽했다. 1~3라운드 내내 보기 없이 버디만 무려 17개를 잡아냈다. 4라운드 14번 홀(파3) 전까지 68홀 연속 보기 없는 경기를 이어갔다.
안병훈의 최대 위기는 3라운드에 있었다. 바로 문제의 15번 홀이었다. 1, 2라운드에서는 모두 버디를 잡았던 홀. 하지만 드라이버를 잡은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 갈대숲에 들어갔다.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마저 그린 왼쪽 벙커에 빠졌다. 안병훈은 환상적인 벙커 샷으로 홀컵 1m 안쪽으로 붙여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단독 선두로 3라운드를 마칠 수 있었던 가장 인상적인 홀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날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던 4라운드 막판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드라이버로 친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갈대숲에 빠졌다. 또 벌타를 받은 안병훈은 결국 ‘노보기’ 행진이 멈췄다.

이번 대회 69번째 홀 만에 보기를 적어낸 안병훈은 흔들렸다. 16번 홀(파3)에서는 곧바로 버디로 만회했으나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스리 퍼트로 다시 1타를 잃어 연장 기회마저 놓치고 생애 첫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오히려 완벽했던 ‘보기 프리’ 경기가 독이 된 셈이었다.

안병훈은 이번 대회에서 최종합계 20언더파 260타를 기록, 깜짝 우승을 차지한 J.T. 포스턴(미국·22언더파 258타)에 2타 뒤진 3위로 마감했다. 2016년 PGA 투어에 데뷔한 안병훈은 우승 문턱에서 세 차례나 좌절했다. 세 번의 준우승 가운데 두 차례는 연장전 패배였다.

이날 공교롭게도 안병훈과 우승 경쟁을 벌인 포스턴은 보기 없이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기회를 잡은 대회에서 포스턴이 ‘인생 경기’를 펼치는 운이 없는 날이었다.

우승 기회를 또 한 번 미룬 안병훈은 “썩 나쁘진 않았는데 후반이 아쉬운 경기였다”며 “그 전까지는 보기 없이 잘 하고 있었는데 15번 홀 보기는 아쉬웠다. 드라이버가 괜찮게 맞았는데 그렇게 멀리까지 갈 줄은 몰랐고 운이 없었던 것 같다. 클럽 선택을 잘못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안병훈은 이번 대회에서 시즌 최고 성적을 거두며 페덱스컵 82위에서 57위로 순위를 끌어올려 70위까지 나갈 수 있는 플레이오프 2차전 출전을 확정했다. 그는 “이번 대회보다 더 플레이오프가 포인트가 많고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주를 쉬려고 했는데 막판에 참가하기로 결정했고, 이 정도면 괜찮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접어둔 뒤 “이번 주 좋은 것을 토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다음 주 플레이오프부터는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대회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좀 더 노력해서 반드시 1승을 거두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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