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원재료 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의 중요 산업 기반을 공격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양국 간 쟁점 현안에서 한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동시에 미래산업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산업계(자동차·기계·화학업종)는 비상이 걸렸다.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서 1100여개의 품목으로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 소재·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타격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기 대응책을 충분히 마련하고 수입 차질에 대비해 새로운 조달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피해 산업에 대해 대대적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먼저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에 따라 관리가 필요한 159개 품목을 지정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우선 지원을 약속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일본의 조치로 영향을 받는 1194개 품목 가운데 모니터링해야 하는 것들을 관리품목으로 지정했다"며 "연관된 기업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면서 금융, 세정, 관세 조치 등 정부의 지원이 우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규제 품목의 수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보세구역 내 저장기간을 연장하고 수입신고 지연에 대한 가산세를 면제한다는 계획이다.
또 새로운 공급처를 발굴할 수 있도록 조사비용 중 자부담을 50% 이상 경감하는 등 현지활동을 지원한다. 아울러 대체 수입처 확보를 도와주는 거점 무역관을 지역별로 지정해 공급처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토록 한다.
할당관세로 업체의 부담도 경감될 전망이다. 우리 기업이 대체국의 원자재를 수입할 경우 기존 관세를 40% 포인트 내에서 줄여주는 지원책이다. 여기에 국세 납기 연장을 비롯해 부가치세 환급금 조기 지급, 세무조사 유예 등의 지원책도 마련된다.
수출규제 대응이 필요한 제품개발 연구개발(R&D)에 있어서는 화학물질의 인허가 기간이 단축된다. 한 발 더 나아가 특별연장근로 인가와 재량근로제 활용도 장려키로 했다.
여기에 추경에 포함됐던 2700억원 규모의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개발, 실증 및 테스트장비 구축, 설비투자 자금 지원 예산도 신속히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우리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5일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매년 1조원 이상의 R&D 지원, 예타면제·세액공제 등을 골자로 한 경쟁력 강화 대책을 구체화해 발표할 예정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기업을 포함해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상생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