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는 법무법인 교체 등으로 전략을 강화해 기상청과 2차 소송에 본격 나선다. 앞서 지난 5월 서울행정법원은 국내 항공업계와 기상청의 정보 사용료 인상을 둔 다툼에서 기상청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지난 6월 항소장 제출... 이달 항소사유 내고 본격 다툼
4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국내 항공업계는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이달 항소사유도 낸다.
기상청은 지난해 6월 1일부터 국제선 항공기가 국내 공항에 착륙할 때 부과(매 편당)하는 정보 사용료를 기존 6170원에서 1만1400원으로 84.7% 인상했다. 이로 인해 국내 항공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만 10억1171만원(8만7217편)의 정보 사용료를 납부했다. 이는 인상하기 전인 2017년 연간 납부금액(9억2456만원, 14만9847편)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상식을 벗어나는 기상청의 정보 사용료 인상은 세계 경제 침체뿐만 아니라 한일관계 경색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에 불확실성을 더 하고 있다”며 “정보 사용료의 현실화란 명목 아래 기상청이 이 같은 큰 폭의 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내 항공업계는 2차 소송으로 차기 정보 사용료 인상 협의 시 과도한 인상을 견제해 노선 감축 등 어려운 시장 상황에 비용 부담을 막아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법적 대리인을 법무법인 광장애서 율촌으로 변경했으며, 정보 사용료 인상 반대 논리도 더욱 치밀하게 준비한다. 율촌은 조세, 금융, 공정거래 등에 전문화된 법무법인이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항공기상 정보 오보로 인한 피해 △불가피한 민간 업체 이용으로 인한 비용 지출 △공공재 성격의 항공기상 정보 등을 들어 재판부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국내 항공업계가 기상청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정보 사용료의 가치가 적다는 데 있다. 잦은 오보로 그 값어치를 못하고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오히려 오보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에도 국내 항공업계는 기상청을 믿었다가 큰 낭패를 봤다. 기상청은 지난달 19~20일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항공기가 운항할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이 제주도에 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대로 국내 항공업계와 민간예보사업자는 과거 유사 태풍 사례 등 자체 데이터 분석 및 예측에 따라 운항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결국 제주공항에서는 총 174편의 비행기가 결항됐다. 기상청의 예상과 다르게 제주공항에는 큰바람이 불지 않았고, 국내 항공사들만 약 17억원가량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국내 공항에서 기상 오보로 인한 회항과 결항 편수는 2015년 114편, 2016년 179편, 2017년 127편 등 3년간 총 420편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같은 원인으로 약 300편가량이 회항 또는 결항됐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항공사들은 미국과 일본 등의 기상정보업체에서 추가적인 비용을 내고 항공기상 정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항공기상 정보는 안전 등을 이유로 기상청만 제공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그러나 기상청은 항공사들이 1억원의 정보 사용료 납부하기 위해서 100억원 내외의 매출을 일으켜야 된다는 부담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항공기상 정보가 공공재 성격을 지닌 만큼 이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국내 항공업계의 입장이다. 반면 기상청은 항공기상 정보가 항공사들을 위한 것이므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현행 15% 수준의 원가 회수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국가별로 상황에 따라 정보 사용료를 편당 10만원 넘게 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며 “업계 상황을 고려해 정보 사용료를 서로가 받아드릴 수 있는 수준에서 책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상청 관계자는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누적된 원가대비 사용료 손실액이 1300억원에 이르는데도 여전히 생산원가 대비 15% 비율의 사용료만 징수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손실을 줄여 불필요한 세금 낭비를 줄이겠다는 게 정보 사용료 인상의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