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를 웃도는 고가 분양 또는 매각 논란에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 보류지 아파트가 팔리기 시작했다.
보류지란 래미안 개포루체하임, 송파 헬리오시티 등 재건축 조합들이 분양하지 않고 사후 비용 마련을 위해 남겨뒀다가 입주 이후 분양 또는 매각시장에 내놓은 물량들이다.
이 아파트들의 보류 물량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두 차례 유찰됐거나 집값 하락세에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30일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일원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보류지 총 3가구가 모두 팔렸다.
조합 관계자는 “전용 121㎡가 지난 6월 13일 24억100만원에 계약됐다. 이로써 보류지 전용면적 59㎡, 71㎡, 121㎡ 각각 1가구 등 보류지 총 3가구가 모두 매각됐다”고 말했다.
개포 루체하임은 한 차례 유찰된 뒤 올 초 몸값을 최초 매각 기준가 대비 약 3억원씩 내려 입찰했다. 그럼에도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5월 59㎡와 71㎡ 주택형이 두번째 입찰 매각 기준가인 각각 14억9000만원, 16억5000만원에 팔렸고, 6월에는 121㎡도 주인을 찾았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개포 루체하임 전용 121㎡는 지난 5월 23억2000만원에 팔렸다. 보류지 24억100만원이 최고가를 현재까지 기록 중이다.
현지 중개업소 사장은 “보류지 가격이 최고가를 기록 중이나 요즘 시장 흐름을 보면 싸게 팔린 것이다. 동일 면적의 호가가 27억~28억원 수준이다. 24억원대에 나온 매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 언급 뒤 신축을 보류한 집주인들이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분간 호가가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류지는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분양 대상자의 누락·착오와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가구 중 일부를 분양하지 않고 유보하는 물량을 뜻한다. 과거에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데다 시세보다 저렴해 인기가 높았으나, 최근 시세보다 최저입찰가가 1억~2억원 이상 높게 책정돼, 매각에 차질을 겪었다.
그럼에도 강남 재건축 조합의 보류지들은 우려와 달리 매각에 성공하고 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이 지난 26일 보류지 5가구(39㎡C형, 84㎡F형, 84㎡L형, 110㎡ 22층, 110㎡ 34층) 일괄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한 결과, 보류지 5가구가 78억6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내달 9일까지 잔금을 치러야 한다.
헬리오시티 역시 보류지 가격이 시세보다 비쌀 뿐만 아니라, 입찰 참여에 필요한 보증금(최저 입찰금액의 10%)만 7억7040만원에 달해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전용 84㎡ 최저입찰가는 14억9500만~15억500만원으로, 이달 1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원가량 비싸다. 2015년 분양가(8억4750만~9억440만원)의 두 배 수준인데도 매각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강남 핵심 입지 이외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이달 초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센트럴아이파크 보류지 84㎡ 3가구가 최저 입찰가 10억원에 나왔으나 유찰됐고, 최저 입찰가 8억3000만원에 나온 영등포구 신길센트럴아이파크 보류지 59㎡ 2가구도 올해 최고 거래가(7억7500만원)보다 비싸 낙찰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로 향후 강남에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자, 신축 아파트 보류지를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강남권은 대형 개발호재가 많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강북은 향후 나오는 로또아파트로 수요가 쏠릴 것 같다. 시세 대비 몸값을 낮춰 조합청산분을 후분양했던 백련산파크자이 평균 경쟁률이 36대 1에 육박했던 점에 비춰, 보류지 가격을 낮춰야 매수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겠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