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만큼 당 문제도 손쉽게 ‘개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3정당인 바른미래당은 깊은 내홍에 휩싸여 있다. 오 원내대표는 원내사령탑 본연의 임무인 원내협상뿐만 아니라 당 문제에도 깊숙이 관여하며 동분서주했다. 그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가지 역할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연극배우 출신의 오 원내대표의 이력을 빗댄다면 ‘1인 2역’을 맡고 있는 셈이다.
29일 현재까지도 매일 당권파와 반당권파와의 기자회견이 반복되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부터 손학규 당대표의 퇴진 문제를 놓고 아예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 중이다.
점점 공고해지는 거대양당 체제 속에서도 오 원내대표는 제3당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손 대표에 대해선 “기득권에 취한 구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에는 “모든 분야에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웃음). 원내대표가 되는 과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과 맞물려 있었다. 갑작스럽게 원내대표 경선에 나왔고, 당선이 된 거다.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도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고 완벽하게 정상화되지 못하고 성과 없이 6월 임시국회가 끝나버렸다. 국회도 국회인데 당내 문제도 갈등이 커지고 있고 심정적으로 힘들다.”
-여러 가지 책임과 무게를 감수하고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겠지만, 대내외적으로 갈등 관계가 겹치면서 역할이 많아졌다.
“원내대표는 원내 문제에 집중해서 역할을 하면 된다. 그런데 당이 정상적이지 못해서 오전에 (당에서) 싸우고, 오후에 (원내대표들 사이에서) 말리고 하니까 정체성 혼란이 오던 시기가 있었다.”
-제3당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했는데, 중간 성적을 자평하자면.
“먼저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다. 어렵사리 문을 연 6월 임시국회도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일본 경제 보복 문제 등으로 속시원하게 해결이 안 됐다. 답답했다.”
-그래도 6월 임시국회에서 성과가 있다면.
“국회 이름으로 초당적으로 일본 수출 규제 규탄결의안을 내가 최초로 제안했다. 꼭 통과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추경과 관련한 여야 간 논쟁은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 중 하나다. 대안이 있다면.
"습관적으로 매년 반복되는 추경에 부정적이다. 늘 ‘추경 사유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가지고 여야가 싸운다. 그런데 또 보면, 정부가 제출하는 순간 추경이 안 된 사례는 없더라. 이제 추경 사유 논쟁은 소모적이라고 본다. 법을 개정해서 엄격한 사유에 부합하지 않으면 아예 원천적으로 추경안을 제출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어떨까 싶다. 어쨌든 지금은 추경이 제출됐으니, 필요성을 점검하고 처리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불가피한 선택이다.”
-발목을 잡는 자유한국당도 문제지만,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여당의 입장에서는 국정운영에 무한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 야당을 설득하고 끌어들여 하나씩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야당’이다. 막무가내로 ‘아니면 말아라’라는 식이다. 그게 당의 전술·전략일지 모르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고, 롤이 정해진 게 아니니까 조금 더 양보할 수 있지 않나. 바른미래당이 제3당으로서 큰 책임감을 갖고 정국의 막힌 부분을 돌파하려고 한다.”
-패스트트랙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강제 사·보임되면서 논란이 됐다.
“사·보임뿐만 아니라 패스트트랙은 취지 자체가 왜곡돼 있다. 패스트트랙 자체가 기본적으로 협의와 타협인데, 다수의 횡포로 이렇게 악용되는 제도로 변질됐다. 향후 잘못된 선례로 남지 않을까 큰 우려감이 있다. 의석 숫자는 나중에 바뀌게 돼 있다. 선거법 같은 경우는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합의가 이뤄져서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 내가 사실 반대한 것은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기소였다. 내 소신하고는 맞지 않았다.”
-인사·경제·안보 등 문재인 정부 3년차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정권 내에서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 일본의 경제 보복이 단기간 안에 해결될 성격은 아닌 것 같다.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안보 문제도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더 서글픈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결국 미국을 향한 ‘무력시위’이지, 대한민국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의지는 인정하지만, 오히려 북한 쪽의 입장만 대변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미국이 동맹국가로서 신뢰가 떨어지고, 균열이 간다. 결국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다른 한쪽을 밀어내는 문제로 귀결된다.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여유를 가져야지, 서두른다고 해결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느 분야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느낌이다.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
-당 문제로 돌아가서 당 혁신을 둘러싸고 원내대표로서 최고위원회의 불참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일각에서는 ‘작은 밥그릇 싸움’으로 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당의 지지가 미미하기 때문에 내부 취약 기반이 드러나는 것이다. 10~15% 안정 기조를 유지한다면 다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조직이 ‘없는 집’에서 더 소란스럽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양당으로의 원심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점이 있는데, 제3당으로선 가장 큰 어려움이자 걸림돌이다.”
-손학규 대표가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혁신안이 좌초됐는데.
“혁신위원회를 모든 갈등과 내홍들을 극복하기 위해 출범시켰고, 손 대표가 이 의견을 받아들여 ‘주대환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손 대표가 혁신위에서 정당한 절차로 의결한 것을 당규에 따라 최고위에 상정해야 함에도 안 하고 있는 것은 당무 거부이고, 당규 위반이다. 어떻게 비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손 대표의 사당화라고 생각한다.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 당권을 가지고 당을 파멸로 모는 막가파식 구태정치는 바른미래당의 미래와 전혀 맞지 않는다.”
-합당 당시 당 정체성을 두고 개혁 보수와 합리적 진보 등 이념 논쟁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명확하게 정리를 못하고 넘어간 것이 지금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그때 정체성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현재 갈등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또 태생이 다른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이 부분을 어떻게 설정할 수 없었던 것도 현실이었다.”
-지금도 두 세력 간의 화학적 융합은 어렵다고 보는지.
“지속가능하진 않았지만 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도 했는데 당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스펙트럼 정도면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고 본다. 용어적 선택에 집착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일부 민주평화당 의원과 제3지대에서 다시 뭉칠 가능성과 정계개편에 대한 생각은.
“개인적으론 자강, 혁신을 해서 내년 총선을 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당과 평화당은 배제하고 가야 한다. 다만, 정계개편은 늘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소멸된 역사가 있듯이 새로운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손 대표의 사당화 논란과 관련해 지난 4·3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 문제도 있었는데. (본지 5월 17일자 6면 기사 참조).
“개인 업체를 당대표가 후보자에게 소개하는 행위 자체가 공적인 영역 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당시 여론조사를 내가 사무총장을 할 때 했기 때문에 안심번호를 당에서 부여해야 된다고 들었다. 나는 ‘여론조사 기관이 많은데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회사로 입찰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당대표 지시’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손 대표에게 물었더니 본인은 그런 게 아니라고 부정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수사 진행 상황은.
“고소는 했고, 최근에 고소인 진술을 하러 경찰서에 갔다 왔다. 당장 당대표나 그외 인물들로 확대해서 수사가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 이후 혐의점이 있거나 범죄 혐의 포착이 되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 대표가 자진 퇴진을 안 하면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지 않나.
“재·보선에 인적 자원과 재정 등 당력을 집중해 지원했는데 결과가 참담할 정도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당 역사상 리더십 교체는 항상 있어왔고, 재신임을 묻는 게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혁신위도 애초에 현 지도체제의 퇴진을 전제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리더십 교체가 필요하다는 건가.
“지난 10개월 동안 손 대표가 보여준 리더십은 기득권에 취해서 구태한 모습으로 비전을 못 보여준 게 사실이다. 물론 당이 처음에 통합할 때 창당정신이란 것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리더십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등판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 있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그렇다고 쳐도 ‘공동 창업주’였던 유승민 의원의 역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일단 공동 창업주라고 해서 안·유 전 공동대표가 직접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데 회의적인 인식이 있다. 어차피 제도적으로 손 대표 본인이 버티면 방법이 없지 않나. 언젠가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각고의 노력을 해왔는데, 정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있어야 한다. 향후 계획은.
“힘들고 지치지만 결국에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이제는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양당의 입장을 절충하는 역할만 하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것을 제안해 바른미래당이 주도하도록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다.”
대담=김봉철 정치부 국회팀장
정리=신승훈 기자 shs@
△1971년 서울 출생 △당곡고 △한예종 연극원 △고려대 정책대학원 정치학 석사·서울시립대 대학원 도시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장(초대) △18대 박근혜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청년본부 부본부장 △바른정당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조직강화특별위원장 △제20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제20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경찰개혁소위원회 위원장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사무총장·원내대표 △제19·20대 국회의원(서울 관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