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통화정책 회귀...인하 횟수 주목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 둔화 리스크가 표면화하면 '적절하게' 행동하겠다면서 일찌감치 비둘기(양적완화) 신호를 보냈다. 미·중 무역 갈등과 세계 경제 둔화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 지표가 나빠진 것도 연준의 경계감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성장률은 2.1%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는 웃돌았지만 1분기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무역 긴장과 해외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며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보다 현저히 낮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약속한 목표치(3%)에도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점진적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난해에만 금리를 4차례 인상했다가 올해 들어서는 '인내심'을 강조하면서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금리인하로 급격히 방향을 트는 건 경기침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칫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에 지속적인 금리인하 요구를 반복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압력을 받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안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 이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 26일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달러 발언이 심상치 않다고 본다.
연준이 31일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하 횟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FOMC에 이어 9월, 12월까지 3차례 인하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금융사인 암허스트피어포인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스탠리는 CNBC에 "연준이 이번에 한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한 다음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연준은 시장의 기대감을 위해 금리인하 기조가 끝났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부채 떠안은 아시아에 부담"
완화 기조로 돌아선 것은 연준만이 아니다. ECB도 9월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고했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현 수준 또는 현재보다 더 낮은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도 오는 29~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강력한 금융완화(통화완화)를 계속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 엔화 가치가 상승(엔고)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엔고는 수출 경쟁력을 낮춰 일본 기업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도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경기하방에 대한 대응 등 명분은 제각각이지만, 막대한 가계부채를 떠안고 있는 아시아에는 금리인하가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등 신흥국이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라 금융완화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적으로 완화정책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파장은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