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전하는 메모를 통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비교적 '발전된' 국가가 WTO에서의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월에도 WTO에 개도국 우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제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WTO가 90일 이내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WTO는 국제 자유무역질서 내 편입시킨다는 명분으로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S&D·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s)'를 시행하고 있다.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협약 이행에 있어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각종 규제에 대한 압박도 덜하다.
미국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이날 보도를 통해 "미국은 그동안 특별 대우를 받기 위해 개도국 지위를 스스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중국 외에도 브루나이, 홍콩, 쿠웨이트, 마카오, 카타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멕시코, 한국, 터키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한국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지난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당시 선진국임을 선언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농업 분야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업 이외의 분야에서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하고 개도국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현재 WTO에서 개도국 우대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15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이들 우대조항 또한 적용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개도국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국의 제안이 WTO 내에서 쉽게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본이 반도체 재료 수출 규제에 이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추가 규제 조치를 사실상 예고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적인 개도국 대우 중단도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