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고한승 삼성에피스 사장, 모기업 검찰 수사 중 美 바이오시밀러 허가 쾌거

2019-07-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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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2019년 4월 12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 에서 국내외 생물공학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바이오 의약품 산업 관련 특강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데일리동방] 검찰 수사로 모기업이 위기에 놓인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미국 바이오시밀러 판매 허가로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Hadlima)’ 판매 허가를 최종 통보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FDA가 심사한 지 약 1년만이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생물의약품의 복제약이다. 이번 허가는 회사 설립 초기에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에 이어 네 번째다.

하드리마는 미국 애브비(AbbVie)사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다. 휴미라는 지난해 전세계 매출 1위로 199억3600만달러(약 23조원)를 기록했다.

이번 판매 허가로 하드리마는 미국에서 류머티스 관절염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건선 등에 치료제로 처방될 수 있다. 약은 2023년 낼 수 있다. 하드리마는 2017년 유럽에서 ‘임랄디’라는 이름으로 판매 허가를 받고 지난해 10월 경쟁사 제품 3종과 함께 출시됐다. 제품은 올해 2분기까지 누적 매출 9970만달러(약 1100억원)로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고한승 사장은 회사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을 인정받았다며 지속적인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약속했다.

설립 7년만에 이같은 성과를 낸 배경에 공정혁신도 거론되지만 고한승 사장의 실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유전공학 박사 출신인 고 사장은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대표를 지냈다. 2000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영입된 후 삼성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목표로 추진한 바이오사업 전반을 기획해 초대 삼성에피스 사장이 됐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로 삼성전자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이번 판매 허가는 미래 먹거리 산업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됐다. 앞서 고 사장은 지난 4월 제주도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매년 24.6% 성장이 전망되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검찰 수사에 시달리는 점이 부담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4년 회계처리 때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 부채를 감추고 2016∼2017년 기존 분식회계를 정당화하려 삼성에피스 회사가치를 부풀리는 분식을 했다고 본다. 삼성에피스 분식이 2015년 9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 분식회계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이에 검찰이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20일 기각했다.

당초 검찰은 김 대표 신병 확보 후 분식회계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사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앞서 고한승 사장은 4월 분식회계 과정을 알았는지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일각에선 검찰 간부 인사와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등이 수사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하지만 이미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 관계자들이 분식회계 관련 증거 인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내부문건 은폐・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다. 증권가에선 검찰 수사 장기화로 삼성바이오 3공장 신규 수주 계약이 지연돼 가동률 상승도 늦춰지는 등 악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 사장은 이번 성과로 잠시나마 미소를 되찾았지만 운신의 폭은 모기업을 따라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 경영이 사실상 마비돼 4공장 건설 검토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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