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 칼럼] '한미일 빈틈' 기습한 중-러… 安保구멍 후속도발 대책있나

2019-07-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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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TU-95 폭격기가 23일 독도 인근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참에 해당)가 이날 공개한 사진. [도쿄=AP·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23일 오전 합동으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고, 러시아 군용기는 우리의 영공까지 침범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패권 쟁탈전을 벌이는 중국의 KADIZ 침범은 이젠 흔한 일이지만,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무단 진입을 한 사실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태평양 진출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연대해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구도를 테스트해 본 셈이다. 특히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는 우리 전투기의 경고사격을 받은 이후 이탈했다가 재차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가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인 도발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대사와 무관을 초치해 항의했다. 러시아는 처음에는 한국 전투기의 기동이 러시아 폭격기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차석 무관을 통해 24일 한국 영공 침범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것은 다행이다. 러시아 차석 무관은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최초에 계획된 경로였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우리 국방부에 통보한 것으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KADIZ가 한국 영공이 아니라며 앞으로도 도발을 계속할 태세이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국방백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7월 23일 동북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연합 공중 전략 순항을 했다"며 중국의 훙(轟·H)-6K 폭격기 2대와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의 혼합 편대가 한국 동해 공역의 정해진 항로로 연합 비행했다고 말했다. 또 "비행 기간 양국 공군 항공기는 국제법의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 다른 나라의 영역으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 했다. 이어 이번 연합 비행은 "중국과 러시아의 전면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고 연합 작전 능력을 향상하며 공동으로 글로벌 전략 안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권 침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없다면 앞으로도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한반도 주변이 세계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장소로 변하면서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 위기가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는 미국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첫 합동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한·일 관계 악화를 틈타 동북아에서 군사 작전 반경을 확대하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이번 사태를 중·러의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기보다는 '독도 영유권' 분쟁을 다시 이슈화하는 기회로 이용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군이 F-15K와 KF-16 등 전투기를 출격해 러시아 군용기에 두 차례 총 360발의 경고 사격을 한 것을 두고, 일본이 자신의 영토에서 우리가 대응 조치를 했다면서 외교 루트를 통해 우리 정부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면, 한·일 관계의 현 주소를 잘 말해준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중국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 대응차원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러시아도 중동 등지에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문제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과의 협력구도 강화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러시아가 한·일 간의 갈등과 한·미 관계의 변동성을 고려해 한·미·일 삼각 안보구도를 와해시키려는 중국의 의도에 협력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중·러 구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리가 느슨한 한·미·일 구조, 특히 안보 측면에서 한·일 간의 고리 복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은 1953년 정전 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중·러의 계획된 도발이라면 북한의 핵개발과 더불어 중대 사안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정밀 분석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도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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