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는 23일 중국 현지 온라인 경제매체인 차이신을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도 중국은 국내 실제 상황에 맞춰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중국의 금리는 적정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중국 물가는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영향으로 5, 6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7%대까지 오른만큼 현재 금리 수준은 적절하다고 볼 수 있으며 심지어 황금 수준에 가깝다고도 말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인민은행은 2015년 10월 이후 약 4년간 기준금리를 줄곧 동결해왔다. 중국의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는 4.35%, 예금 기준금리는 1.5%로 유지되고 있다.
이 총재는 다만 이날 직접적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금리 시장화 개혁을 통해 중소 기업들의 실질적인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출 기준금리를 폐지하는 대신 대출우대금리(Loan Prime Rate·LPR) 제도로 이를 대체할 수 있으며, 중기유동성창구(MLF) 등 시장화 금리를 참고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이 정한 기준금리에 따라 대출금리가 결정되는 것과 달리 LPR은 상업은행들이 우수 고객에 적용하는 우대 금리다. 전국 은행들이 직접 금리를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은행이 대출을 해줄 때 고객 신용도에 따라 LPR 기준으로 일정폭을 높이거나 낮춰서 금리를 적용하는 것인만큼 금리 시장화 개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금리 시장화 개혁으로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벌이면 중소기업들도 은행에서 더 낮은 비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실제로 2013년부터 대출 기준금리 하한선을 폐지해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엔 은행권 대출금리 하한선을 기준금리의 0.9배로 정해왔는 데 이를 없앤 것이다. 그럼에도 은행권의 실질적인 대출금리는 현행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4.35%)의 0.9배인 3.915% 수준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중국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라는 공격적 경기부양카드를 꺼내기보다는 역레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등 중단기 정책금리를 인하하거나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시중에 유동성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해 왔다. 인민은행은 지난해부터 모두 6차례 지준율을 인하했으며, 전문가들은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고 본다.
인민은행은 지난 23일엔 선별적 중기유동성지원창구(TMLF)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각각 2977억, 2000억 위안어치씩, 모두 4977억 위안 유동성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TMLF와 MLF 금리는 각각 3.15%, 3.30%로 이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문제는 인민은행이 이처럼 중소 민영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 인하 대신 동원한 정책들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이다. 경기둔화, 무역전쟁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리 시장에 돈을 풀어도 중소기업 등 금융취약 계층에 좀처럼 돈이 돌지 않으면서다.
그 사이 중국 경제에 대한 무역전쟁 장기화 영향은 점차 가시화하며 정책당국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2개월째 위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6.2%로, 전 분기의 6.4%보다 더 낮아져 분기별로는 2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한해 경제성장률은 6.2%를 기록하며 30년 만에 최악의 경기둔화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