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 없었던 글로벌 OTT 서비스 넷플릭스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신규 가입자 수가 시장 기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데다, 본거지인 미국 시장에선 8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타사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회사에서 자체 콘텐츠를 배급하는 콘텐츠 회사로 거듭나는 체질 개선에 나섰다.
22일 OTT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2019년 2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270만명 수준에 불과했다. 시장조사기관 리피니티브가 예상한 505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가입자 수가 오히려 13만명 줄어들었다. 관련 정보가 공개된 지난 17일(현지시간) 넷플릭스의 주가는 주당 362달러에서 약 11% 감소한 321달러로 급락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가입자 수가 1억5000만명이 넘는 등 전 세계 OTT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가입자 증가세가 줄어드는 등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분기 가입자 증가세가 감소한 이유로 올해 1윌 이용료를 평균 18% 인상한 것이 꼽힌다. 콘텐츠 수급, 통신망 구축 등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인상한 요금제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3·4분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애플의 '애플TV+(플러스)'등 거대 콘텐츠·IT 기업이 내놓은 경쟁 OTT 서비스가 시장에 속속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콘텐츠 제작사인 디즈니와 콘텐츠 공급 계약이 종료된 것도 치명적이다. 디즈니는 디즈니+를 통해 자사의 모든 콘텐츠를 유통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넷플릭스에서 디즈니의 콘텐츠를 볼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팔콘과 윈터솔저', '완다와 비전', '로키', '호크아이' 등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관련 신규 콘텐츠도 넷플릭스가 아닌 디즈니+를 통해 독점 유통된다.
업계에선 디즈니 콘텐츠의 이탈로 184만명에 달하는 넷플릭스 한국 가입자 수(7월 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 기준)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디즈니 콘텐츠의 이탈로 184만명에 달하는 넷플릭스 한국 가입자 수(7월 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 기준)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넷플릭스의 전략은 자체 제작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질과 양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타사 콘텐츠가 핵심이고 넷플릭스 콘텐츠가 덤이었다면, 이제 그 반대의 전략을 취한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하반기 '기묘한 이야기(시즌3)',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마지막 시즌)' 등 인기 콘텐츠의 후속작을 선보이고 종이의 집, 더 크라운, 더 아이리시맨 등 신규 콘텐츠를 투입함으로써 가입자 증가세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는 "넷플릭스는 (디즈니, 애플 등) 새 경쟁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OTT 업계 전쟁은 경쟁 구도를 통해 관련 산업 전반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