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아주 좋은 대화 나눴다" 무역협상 분위기 띄우기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정장관이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통화를 했다"며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중국을 다루고 있고, 그들은 매우 잘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27년 만에 최악의 해를 맞이했고, 우리는 최상의 해를 맞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고 거듭 자신감을 내비쳤다.
◆'치열한 신경전'···협상 결렬 당시 상황 '되풀이'하나
이번 전화통화는 지난 달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사카 담판'에서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하면서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이후 두 번째 이뤄진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성명에서 “류허(劉鶴) 부총리와 중산(鐘山) 상무부장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USTR도 이날 전화회담 소식을 전했다.
특히 휴전 선언 이후 화웨이, 농산품 구매,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중 양국 간 ‘기 싸움’이 잦아진 가운데 이뤄진 전화통화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양측간에 예상보다 진전된 대화가 오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하지만 양측 모두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 측은 “양국 정상이 일본 오사카에서 달성한 공동인식을 이행하고 다음 협상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말했으며, 므누신 장관도 “원칙적인 부분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원론적으로만 언급했을 뿐이다.
두 차례 전화통화에도 아직 구체적인 대면 협상 날짜가 잡히지 않으면서 무역협상이 재개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해 보인다.
◆ 中 전문가들 "양측간 신뢰 부족" 무역협상 쉽지 않아
중국 내부에서도 무역협상이 재개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국 고위 정책자들이 여전히 무역 협상의 범위를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지난 5월 초 협상 결렬 이전 양측이 이룬 합의안 초안을 기반으로 중국에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초안엔 자국의 요구가 수용돼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150쪽 분량의 합의문 초안엔 중국의 합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중국 국내법 개정 요구 등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중국은 나중에 이러한 내용은 내정간섭으로 불평등 조약과 다름없는 것으로 판단해 모두 삭제했고, 결국 미·중 협상은 결렬됐다. 현재 양측은 협상 결렬 당시 대치 상황에서 물러섬 없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스인홍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SCMP를 통해 "오사카 담판은 기껏해야 협상 재개를 위한 기회를 만들었을 뿐"이라며 "실제로 합의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중국 중앙정부가 현재 상황에서 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협상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험난할 것인 데다가, 중국이 수용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왕융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중심 주임은 "미·중간 전략적 신뢰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 측의 의도를 더욱 의심스러워하고 있다며 미국은 남중국해, 대만, 신장, 홍콩 등 문제에 중국에 최대한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국간 신뢰가 점점 낮아지면 합의를 이루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양측이 이른 시일 내 대면협상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중국과 미국 무역 관료 간의 전화 통화에 대한 중국 측의 설명에 따르면 양측의 대면 협상이 멀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어 “양측으로부터 선의로 보일 수 있는 어떤 행동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