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17일 발표한 ‘통상전략 2020’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한국을 중국의 우회 수출지로 인식중인 만큼 부정적 시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보면 “미국발 보호무역조치에 대한 대응은 조치를 피하기 위한 우회수출을 지양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G2(미중)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은 중국이 제3국을 거치거나 직접 투자를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흐름을 차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원석 무역협회 통상연구팀장은 이날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통상전략 2020 세미나’에서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중국의 우회 수출기지라는 왜곡된 시각이 있다”면서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리틀차이나”라고 설명했다. 철강제품의 경우 중국산 제품이 국내에 대거 유입되고 있고, 이를 가공한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형태로 교역이 이뤄지면서 불신의 벽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웃리치에 대한 중요성은 민간기업에서도 인지하고 조직을 강화하는 등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도한의 포스코 상무는 “통상 리스크가 발생한 뒤에는 대응이 어려워 사전에 면밀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아웃리치 및 싱크탱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면서 “통상관련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유학 프로그램도 운영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통상조직 강화에 나서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채승우 현대제철 부장은 “2016년부터 통상전략 인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최근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면서 “현재 3개 팀 중 1팀은 기획업무와 수입대응, FTA, 아웃리치를, 2팀과 3팀은 반덤핑(AD)에 대응할 수 있도록 팀을 꾸려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교역구조 업그레이드를 통한 대미 통상 리스크 관리도 필요해 보인다. 이원석 팀장은 “중국제조2025를 통해 중국의 산업별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보호무역조치와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산업고도화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미래 중국이 필요로하는 고급 중간재 공급으로 구조를 업그레이드 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은 1289억달러로 일본(851억달러)보다 438억달러 많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일본은 739억달러로 한국(733억달러)보다 소폭 앞선다.
또 미국발 보호무역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합법적인 로비활동, 싱크탱크 후원 및 사회봉사 활동, 그리고 기업차원에서 바이어와의 신뢰 구축 등도 언급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활동은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중장기적으로 과실을 맺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이날 통상 대응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게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는 ‘통상정보전략센터’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은 보고서를 통해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해 통상 리스크를 직접 관리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들을 위해 하반기 중 ‘통상정보전략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통상정보전략센터는 △컨설팅 △조사·연구 △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로펌, 회계펌, 싱크탱크 등 국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자문과 정보를 제공받을 예정이다.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은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협상 의제가 산업을 거쳐 노동, 환경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됨에 따라 산업과 통상을 연계한 대응전략이 절실해졌다”면서 “‘통상전략 2020’이 우리 기업들이 통상 공세의 파도를 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