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 및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헤지펀드 시장은 약 33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7년 12조원, 2018년 23조원에 불과했지만 단 2년 만에 150%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사모펀드 설정액이 공모펀드를 앞지른 이후 격차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라며 “미국은 일찌감치 스티븐 슈워츠먼의 블랙스톤이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의 칼라일그룹 등 사모펀드의 시대로 진입해 있다”라고 설명했다.
채권 매수 후 주식으로 전환(환매조건부)해 돈을 벌어들인 뒤 다시 채권을 매입해 수익을 높이는 펀드인 레포 펀드를 제외한 순수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은 약 23조원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는 약 175개 운용사가 2800여개의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약 230개의 헤지펀드가 신규 설정됐다. 이 가운데 한국형 헤지펀드 169개가 신규 설정됐고 레포 펀드를 제외한 한국형 헤지펀드 수는 2217개로 집계됐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롱·숏 에쿼테, 롱, 메자닌, 비상장주식, 부동산, 채권 등을 활용한 운용전략을 사용한다. 이 중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략은 멀티전략이다. 다양한 헤지펀드 전략을 복합적으로 구사해 꾸준하게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형 헤지펀드 수익률을 살펴보면 대부분 코스피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18년 1872개의 헤지펀드는 연간 0.98%의 수익을 유지했다. 당시 코스피 수익률은 약 -17%였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2808개의 헤지펀드는 약 3.74%의 수익을 올려 코스피(0.03%)를 웃돌았다. 2017년에는 헤지펀드가 10.84%의 수익률을 기록해 코스피(21%)보다 수익률이 뒤처졌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초기가입금액과 투자자 수 제한을 받는다. 헤지펀드는 제한된 투자자(49인 이하)로부터 자금을 모집한다. 불특정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최소가입금액(1억원)이 제한된다. 다만 사모펀드 투자자 수를 49인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사모펀드 개편안이 국회에 계류된 만큼 법안이 통과된다면 사모펀드를 투자할 수 있는 문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아직은 사모펀드 투자를 위한 벽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사모펀드를 재간접(FUND OF FUND) 상품으로 구성한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재간접펀드는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기관투자자들은 글로벌 재간접 헤지펀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는 5조원 가량을 재간접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와 공무원연기금도 저마다 8000억원, 1000억원의 자금을 재간접펀드를 이용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들이 사모 재간접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선 최소 500만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금융위원회가 500만원 미만의 투자금으로 재간접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고 밝힌 만큼 투자금액 한도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