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1년여간 재조사 끝에 은행의 키코상품 판매를 불완전 판매로 규정하고, 배상을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은행들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중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키코 사태 재조사에 대한 결론을 발표한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한 직후 재조사에 착수한지 1년 만이다.
분쟁조정 대상은 일성하이스코,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곳으로 총 피해금액은 1500억원 규모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키코 상품을 구매해 30억~800억원가량의 피해를 봤다. 앞선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번 분쟁조정 대상이 됐다.
금감원은 재조사 과정에서 은행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 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리고 배상책임이 은행에 있다는 분쟁조정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의 불완전 판매에 대해선 금감원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배상비율은 확정되지 않았다. 만약 은행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배상비율이 50%로 정해지면 배상액은 450억원 수준이 된다.
관건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금감원의 조정안에 대한 은행들의 반응이다. 현재로서는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이번 분쟁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들까지 피해를 호소하며 배상 범위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키코 피해기업은 732곳으로, 피해액만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소송 등의 절차를 아직 거치지 않은 기업은 150곳, 피해액은 2000억~4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게 은행권 주장이다.
더욱이 키코 사태 손해배상에 대한 소멸시효가 10년 이상으로 완성된 상태에서 은행이 금감원의 조정안을 거부할 가능성은 더욱 크다. 대법원이 지난 2013년 사실상 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은행권 입장의 근거로 제시된다.
대법원은 당시 키코 계약의 불공정성이나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 않은 건 문제라고 판단했지만, 이는 키코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두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피해배상을 권고하더라도 은행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키코는 'Knock in'옵션과 'Knock out'옵션을 결합한 파생상품 약자로, 2005년부터 국내 은행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시됐지만 파생상품의 옵션 때문에 환율이 급등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출기업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