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한국으로의 수출 관리 규정을 검토해 반도체와 TV·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오는 4일부터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대상으로 삼은 품목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꼭 필요한 ‘리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 TV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다. 교도통신은 이 3개 품목은 일본이 전 세계 생산량의 최대 90%를 좌우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대표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갑작스러운 경제제재는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소송을 둘러싼 사실상의 대응조치로 해석된다.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 제시를 요구했음에도 사태가 진전될 기미가 없자 강경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징용 피해자들이 배치됐던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을 시작으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이에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국제법 위반 상태가 됐다며 한국 정부에 시정을 요구해왔다.
교도통신은 "경제산업성이 양국간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며 "이는 징용을 둘러싼 문제가 배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직접 관련이 없는 징용 문제와 무역 문제를 결부시켰다는 점에서 일본이 그동안 강조해 온 자유무역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으로의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해 규제를 강화했다”며 “일본이 미국에서 배워 '무역제재 놀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번 조치를 ‘극약’이라고 표현하며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일본 이탈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일본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조치의 발표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 21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정권이 자민당과 극우 유권자층의 결집을 노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 때리기’를 통해 한국에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극우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선거용'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