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나갈 때도 있지만 구불구불 돌아갈 때도 있고, 때로는 멈출 때도 때로는 후퇴할 때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에 대해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청와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 협상에 대한 미국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 측 영어 통역사는 '구불구불 돌아갈 때'라는 대목을 ‘long And winding’이라고 통역했다.
이 통역을 지켜보며 필자에게 '20세기 가장 위대한 밴드'인 비틀스의 마지막 곡이 바로 떠올랐다. 그룹이 해체한 지 한 달 만인 1970년 5월에 나온 마지막 음반(싱글)이 바로 ‘멀고도 험한 길’(The long and winding road)이다. 1절 가사는 이렇다.
That leads to your door
Will never disappear
(당신의 문으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야)
I've seen that road before
It always leads me here
Lead me to you door
(예전에 나는 이 길을 봐왔고
이 길은 항상 나를 여기,
당신의 문으로 이끌었지)
청와대 공동기자회견 후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김정은-트럼프 3인의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회담은 북 비핵화, 한반도 평화라는 ‘당신의 문’으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그 노정(路程)의 일부분이다.
판문점과 평양에서 이뤄진 1~3차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이벤트 때마다 많은 이들은 희망을 넘어 섣부른 기대에 휩싸였다. '당신의 문', 즉 한반도 평화와 북핵 협상 타결 등이 눈앞에 다가온 듯 환호했다. 경기도 북부 땅값은 급등했고, 대북경협주라고 불리는 일부 회사 주가도 하늘을 찌를 듯했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는 그 반대였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북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보수진영은 문대통령의 '길'을 비웃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북 비핵화,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멀고도 험하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그 멀고도 험한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리드'하고, 설사 벗어났더라도 다시 그 길 위에 서도록 이끌길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