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스페셜 칼럼] 미.중 시간벌기 합의 ..文대통령 , 외교.안보.경제 기술변혁이 가져올 누란의 위기 대비해야

2019-06-3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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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오사카에서 미·중 정상은 파국보다는 다시 시간벌기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미국 패권에 기초한 탈냉전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에 와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스스로 이를 해체하기로 결심을 했다. 중국의 부상이 예상보다 빠르고 거칠며, 현존 국제질서의 기제로는 이를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미·중은 이제 무기한적으로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갈등과 경쟁의 시기에 들어섰다. 기존의 상식과 국제정치 규범과 논리로는 이 과정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일시적인 휴전에도 불구하고 미·중은 거의 준전시상태와 같은 심리를 지니고 상대를 대하고 있다. 기존 상식으로 본다면, 당장 미·중 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미·중 간의 전략경쟁은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post-트럼프나 post-시진핑 시기에도 그 본질은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세계는 미·중 간에 일시적인 타협이 있다 할지라도 기존의 국제질서로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패권적 지위 상실도 불가피해 보인다. 어느 일방의 압도적인 승리보다는 오랜 세월에 걸쳐 양분 혹은 삼분화된 블록화의 세계로 이끌 것 같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기술 혁신이 새로운 국제질서, 새로운 지정학의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지기학(地技學) 혹은 지기경학(地技經學)의 등장을 목도한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중국의 지정학 공간 확대가 전제되어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 이후 중국은 국력의 열세로 대륙에 한정된 국가였다. 마오쩌둥 시기 그 호전적 언사에도 불구하고 “인민전쟁전략”은 본질적으로 중국 본토 내에서의 전쟁을 전제했다. 1950-60년대 중국의 외교·경제 관계는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대륙 위주였다. 1972년 닉슨의 방중은 중국이 향후 해양세력과 연대를 통해, 구소련을 견제하고, 국가발전과 안보를 추진한다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중국은 해양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개혁개방 정책과 중국군 현대화를 추진해 나갔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은 중국이 세계화의 흐름에 본격 가담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점차 대륙을 넘어 해양으로의 이해관계를 확대했고, 세계 경제 가치 사슬의 한 부분으로 편입되었다. 2013년 시진핑 시기 들어 중국은 기존의 발전도상국이란 국가정체성을 넘어 강대국의 국가정체성으로 전환하였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전 세계를 향해 중국의 영향력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 세계 물류, 투자,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원대한 구상이다. 대륙에서 해양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투사하기 시작한 중국의 급속한 공간 확대는 기존 해양세력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은 세계화 결과인 세계적 차원의 경제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축출하려는 노골적인 압박을 시작하였다. 세계화의 추진자가 스스로 만든 규칙과 규범, 제도를 훼손하면서 기존 국제질서를 대혼란 상황으로 몰고 있다. 미래는 어떻게 귀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미·중은 그간 상호 오판을 하였다. 미국은 중국의 강대국 구축 의지와 내적 역량에 대해 과소평가했다. 중국은 자신의 부상을 저지할 트럼프와 미국의 의지와 역량을 과소평가했다. 여전히 세(勢)불리인 중국의 현재 입장은 “중국은 싸우기를 원하지 않는다; 체면을 세워주면 타협 가능하다; 싸움이 불가피하면 싸울 것이다;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에 관계없이 미·중의 전투 의지가 분명하다.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재할 제3자도 없다. 양국 지도자들의 국내적 지지는 강력하다. 경제 사정도 그리 나쁘지 않다. 더구나 양국 국민 모두 미·중 전략경쟁의 엄중성과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강력한 민족주의가 발현하고 있다.

이 과정은 우리에게 무척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눈앞의 일시적인 호재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미·중이 북한을 비핵화 할 동기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북한은 당연히 핵무장 공고화의 길을 걸을 것이고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우리는 그럴 역량이 없다. 미·중은 끊임없이 엄청난 민감성과 긴박감을 가진 선택의 요구를 우리에게 해올 것이다. 안보는 더더욱 외세에 취약해지고, 경제는 순식간에 파탄이 날 수도 있다. 이제 한국은 지정학, 지기학, 지기경학의 최악의 경계 위에 서 있다. 한국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극한 직책이 되고 있다. 다원적인 기준이 우리를 흔들고, 글로벌 공급체인은 훼손되고, 경제는 불안정해지고, 생활비용은 치솟고, 모든 것이 안보로 치환되는 안보화 과정에 들어서고, 선택의 압력에 따른 국가갈등과 비용 수준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직 충분히 보이지는 않으나 곧 다가올 새로운 외교·안보·경제·기술 변혁이 가져올 누란의 위기에 대한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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