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점 :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매각…남은 계열사도 시장경쟁력 낮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처지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부터 유동성 위기에 빠져 지난 4월 매각이 결정, 이르면 내달부터 매각 절차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그룹 전체 매출 가운데 60% 이상을 차지하던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그룹 내 현금창출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룹에 남게 되는 계열사들도 사업전망이 밝지 않다.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는 금호산업은 기존 관급공사 위주에서 민간건축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브랜드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사업안정성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평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금호산업의 건설시장 점유율은 1.13%, 시공능력평가순위는 23위 수준에 그쳤다.
금호산업을 비롯해 금호고속, 금호리조트 등 3개 회사 영업이익은 전부 합쳐도 지난해 800억원 수준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고나면 금호그룹은 중견기업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것을 넘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강점 : 아시아나 매각 땐 수천억원 유입…그룹 재무구조 개선될듯
그나마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고나면 그룹 내 수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입된다는 장점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는 금호산업으로, 총 6868만8063주(33.47%)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들인 자사주 1만주도 있다. 이 같은 지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25일 현재 아시아나항공 주가 5830원 기준으로 4000억원을 상회한다. 그룹 내 남은 계열사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금호산업도 공공수주를 통해 꾸준히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24%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올해 공항과 조기 착공 민자사업 프로젝트 등을 감안하면 수주액이 3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 위기 : 아시아나 매각조건 완화 가능성…정부 부동산 규제도
그러나 아직까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다. 당초 SK를 비롯해 롯데, 한화, 신세계, CJ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사실 시장이 만들어낸 '입소문'에 가까웠다. 각 기업 모두 "인수 계획 없다"며 손사래를 친 것.
물론 이 또한 인수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눈치싸움'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매력도가 떨어져 인수 후보 기업들이 거액의 인수자금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는 쪽으로 시장 전망이 기울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기대하던 오너 일가에게는 아쉬운 상황. 물론 장기적으로는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겠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금호아시아나·채권단 측에서 매각 조건을 일정부분 양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을 영위하는 금호산업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위협요인으로 안고 있다. 정부는 안전진단 기준 강화,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등을 통해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여기에 재개발 시 의무적으로 조성해야하는 임대주택 비율까지 높아지는 등 재개발 규제도 늘어나는 추세다.
◇ 기회 : 상호출자제한·공시대상기업집단서 제외…규제 탈피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고 나면 그룹 자산총액은 약 4조원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기준 '대기업 28위'에서 중견기업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룹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 그러나 대기업집단에 적용되는 규제에서 벗어난다는 점은 다시 사세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선 자산총액 10조원이 기준인 '상호출자제한집단'에서 빠지게 될 예정이다. 상호출자를 비롯해 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에서 자유롭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호고속↔금호산업' 또는 '금호고속→금호산업→금호리조트(가정)→금호산업' 등으로 상호·순환출자가 가능해진다. 그룹 규모는 중견수준으로 쪼그라들지만 이 같은 상호·순환출자를 통한 '가공자본'을 늘려 기업확장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또 자산총액이 5조원 미만으로 내려가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된다.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의무나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등에서 규제부담을 덜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