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필립모리스-KT&G 결탁 방어에도 담배종결전 노력”

24일 서울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된 '2019 담배소송 세미나'에서 두아르도 비앙코(Eduardo Bianco) 박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황재희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행 중인 담배소송에 KT&G와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등 국내외 담배회사가 결탁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 시장싸움과는 달리 담배소송에 있어서는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다.

건보공단은 ‘2019 담배소송 세미나’를 24일 서울포스트타워에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담배회사가 국가의 담배규제조치에 대항한 사례 등을 알아보고, 향후 대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담배산업 결탁과 연대에 대한 우리의 전략’ 주제로 발표한 임현정 국민건강보험공단 변호사는 필립모리스 등 다국적 담배회사가 국내기업인 KT&G에 지속적으로 전략과 자원을 제공하면서 협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다국적 담배회사는 한국시장에 진입한 직후부터 KT&G와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며 “특히 개인이 KT&G를 상대로 진행한 담배소송에서도 필립모리스가 배후에서 소송 전략과 대응자원을 지원하는 방식의 협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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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규제와 소송에 대응하는 노하우와 전략이 풍부했던 다국적 담배회사와 규제당국 및 언론, 네트워크와 시장 지배력을 가진 KT&G 간의 결탁이 과거에 진행된 담배소송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가의 담배규제조치를 막고, 시장을 장악하려는 필립모리스의 행태가 논란이 됐다.

한국필립모리스(PMK)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식약처가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자, 분석결과의 세부내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식약처측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이동국 변호사는 “한국필립모리스가 제기한 소송은 담당 부서와 공무원을 압박해 소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게 하거나, 다른 부처로 이전하게 하려는 담배회사의 전통적인 수법”이라며 “결과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질의 추가적인 조사와 인체유해성 실험은 늦어지게 되며, 그 사이에 담배회사는 신규제품을 출시해 다시 앞서 나가게 하려는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필립모리스는 우루과이 정부를 상대로도 이 같은 전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담배규제협약연합 아메리카 지역 조정관인 에두아르도 비앙코(Eduardo Bianco) 박사는 “PMI가 우루과이처럼 작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대표적인 ‘전략적 봉쇄소송’에 해당한다”며 “법적인 비용으로 부담을 지우면서 비난하는 사람을 검열하고 협박해 침묵하게 하는 소송”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립모리스는 언론과의 긴밀하게 접촉해 우루과이 정부가 중재 소송에서 지면 최소 3억 달러에서 20억 달러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시사하며, 우루과이 새로운 정부에게 담배규제조치 완화를 조건으로 법적 분쟁의 중단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단은 2014년 담배 위해성을 알리고, 담배로 인한 진료비를 보상받기 위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53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시작했다. 당시 공단이 갖고 있던 빅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를 실시한 결과, 흡연으로 인한 연간 진료비는 1조7000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