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HafenCity)를 둘러싼 엘베강을 따라가다 보면 웅장한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가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건물의 상층부는 물결치는 파도 실루엣을 본떴다. 버려진 커피 창고를 철거하지 않고 유지한 채 상층부에는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얹어 완성했다. 2017년 1월 개장 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하펜시티 함부르크 유한책임회사(HafenCity Hamburg GmbH. 이하 하펜시티 유한회사)의 홍보 책임자인 안드레 슈타크씨는 "옛 창고 건물 위에 새 극장 건물을 얹어 완성한 엘프필하모니홀은 고난이도의 공사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오래 걸리고 많은 돈이 들었지만 개장 직후부터 함부르크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이 완료되는 2025년이면 여의도 절반(약 155만㎡) 크기인 하펜시티 안에는 1만4000명이 거주하고 4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자본을 투입하고 함부르크시가 전액 출자한 특수법인 하펜시티 유한회사가 모든 계획과 실행을 전담하고 있다.
엘베강 어귀에 자리 잡은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은 13년 동안 8억4900만유로(약 1조1200억원)를 쏟아 부어 지난 2017년 1월 일반인에게 첫 공개됐다. 하펜시티의 경관을 바꿔놓으며 지역 랜드마크로 부상한 이 건물은 '엘피'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시민들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펜시티의 건물들이 엘프필하모니홀과 같이 옛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건물이 완전 철거 후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다. 하펜시티 유한회사는 하펜시티의 모든 토지를 매입한 뒤 재개발해 이를 되파는 일을 하고 있다.
홍보 책임자인 안드레 슈타크는 "물동량의 증가로 하펜시티가 더 이상 항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출입을 위한 항구가 지역 남쪽에 새롭게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하펜시티가 쇠퇴 과정을 거치면서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며 "하펜시티의 건물 중 기존 건물을 사용하거나 활용한 건물은 3개뿐이며 나머지는 완전히 새롭게 개발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펜시티는 소수 상업 빌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건물은 7층 높이로 지으며, 부지의 20~35%는 공공공간으로 개발된다. 한 건물에 주거와 사무, 문화, 상업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 특정 시간대나 특정 공간 동선에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안드레 슈타크는 "기본적인 콘셉트는 한 건물 내에서 일하고 자고, 먹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한 건물 1~2층은 레스토랑, 3~6층은 사무실, 그리고 7층부터는 주거공간 등으로 꾸밀 수 있다"고 말했다.
주거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업무와 교육, 쇼핑, 여가 생활이 모두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공공공간을 확실하게 계획해 쾌적한 도시를 유지한다. 안드레 슈타크는 "우리가 일반에 건물을 매도할 때 일정 공간을 공용 공간으로 남겨두는데 이 공간은 정권 변화에 관계없이 함부르크시 소유로 법제화 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분별한 개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방지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30년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프로젝트의 원래 목적을 유지하기 위한 셈이다.
◆개발 완료되는 2025년 하펜시티 내에 4만5000개 일자리 창출
개발 18년째에 접어든 하펜시티의 모습은 크게 변했다. 시민들과 관광객, 회사들이 모여들었다. 하펜시티 내에 현재 4000여명의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회사 730여 곳이 둥지를 틀었다. 개발이 완료되는 2025년 하펜시티에는 1만4000명이 거주하고 일자리 4만5000개 이상이 만들어진다.
개발이 진행될수록 하펜시티가 있는 함부르크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함부르크 방문객의 숙박일 증가율(2007년 대비)은 86%로, 같은 기간의 수도 베를린(80%)을 넘어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펜시티가 함부르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했다.
안드레 슈타크는 "함부르크는 사실 항구도시로서 최적의 지리 조건을 갖춰 북해와 가까이 있으면서 엘베강 하구를 끼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과거부터 유럽의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최대 교역항으로 이름이 높았다"며 "짧은 시간 안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항구로 개발됐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고 말했다.
2025년 하펜시티에는 엘프필하모닉과는 또 다른 상징적 건축물이 들어선다. 235m짜리 고층건물 '엘프타워(Elbtower)'는 2021년 착공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드레 슈타크는 "엘프타워는 앞으로 함부르크 중심부의 결정체가 될 것이며 하펜시티 도시재생 사업의 상징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개발은 도시에 생기 불어넣는 사업…아시아·북미권 하펜시티 벤치마킹 활발
하펜시티 재개발의 마스터플랜은 항구도시 기본개념을 유지하면서 공공공간, 특히 바닷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 커뮤니케이션 장소 등 도시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장소의 디자인을 독창적이고 매력적으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실제 하펜시티 수변공간의 도시재생 요소를 보면 한 건물 내에 주거와 사무공간, 레저, 문화공간, 교육이 복합적으로 이뤄지고, 건물과 수변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형태의 구조를 만들었다. 또 여러 지역과 연계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통기반 시설과 보행자 및 자전거를 배려한 여러가지 길을 조성했다.
수변에는 광장을 조성해 어디서든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오픈된 공간을 만들었고, 상징적인 건물을 통해 침체된 도시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동시에 장소 마케팅의 기회로 이용했다. 아울러 현상설계를 통해 도시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공공공간의 디자인, 건물의 높이, 재료 등에 대한 세심한 지침을 마련했다.
하펜시티 유한회사가 사실상 개발의 유일한 주체이기 때문에 사업진행 과정에서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고 사업 진행 과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민과 여러 단체를 아우르는 공청회를 열어 여론 수렴을 하지만 컨소시엄 형태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해충돌의 여지는 적다.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북미권 등에서는 하펜시티의 재생사례를 자국의 항만 혹은 도시 재개발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하펜시티 측에선 아시아권에서는 재개발 시스템을, 북미권은 치수(治水)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드레 슈타크는 "해외에서도 하펜시티 개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관심사도 다르다"며 "한국과 중국 등은 전체적인 사업 시스템에 관심이 높은 반면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홍수 시스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제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재개발의 목적은 도시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목적을 위해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기금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