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비롯해 여러 가지 ‘현안’이 걸려있는 재계에서도 윤 지검장의 검찰총장 기용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특수통 검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를 시작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과 중수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 검사들이 거쳐야할 요직을 두루 거쳤다.
참여정부 시절 불법대선자금 사건,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삼성 비자금 사건을 비롯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LIG그룹 기업어음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했다. 특히, 2013년 여주지청장 시절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함께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을 파헤쳤다.
이 과정에서 채 전 총장이 ‘혼외자’ 문제로 낙마했고, 윤 검사장도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의 체포를 강행한 것 때문에 특별수사팀장에서 경질 당했다.
이것이 그 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자 “검사장님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지시를 해 따르지 않았다”면서 “나는 조직에 충성할 뿐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이 사건은 조 전 검사장이 수사방해를 했는지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이후 그는 박근혜 정권 내내 지방검찰청 한직을 전전해야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이를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차출돼 수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당시 언론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윤 검사장을 최고의 ‘적임자’로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 내 기수문화를 파괴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됐을 때에도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던 정농단 사건의 후속수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는데 윤 검사장 외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였다.
한동훈 3차장검사 등 걸출한 능력을 갖춘 수사팀의 공로가 크기는 했지만 적폐사건 수사와 사법농단 수사는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여권은 ‘윤석렬 검찰총장’이라는 카드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검찰입장에서도 추락하고 있는 국민적 신뢰도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조직 내 평가도 나쁘지 않다. 사법시험 기수는 낮지만 ‘한 가닥 한다’는 특수통 검사들 사이에서는 윤 검사장은 ‘의리있는 형님’으로 통한다. 화통하고 선이 굵은데다 한번 인연을 맺고 믿음을 준 사람과는 끝까지 가는 성격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정권의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닌데, 조직내부는 물론 국민적 신망까지 받고 있다면 사정의 칼날이 방향을 바꾸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수통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있지만 그 밖의 인물들 사이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문무일 검찰총장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경한 입장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윤석렬 카드'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또한, 사법연수원 기수(23기)가 낮기 때문에 검찰총장이 될 경우 윤 검사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빠른 검사장과 고검장들이 오랜 검찰 내 관행에 따라 대거 사표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사항이다. 자칫 검찰조직의 안정을 해칠 수 있고, 검찰이 지나치게 젊어지면 법원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사법연수원 8기)는 “윤 검사장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정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카드 일 수 있다”면서 “기수가 낮기 때문에 아직 기회가 많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통상 검찰총장은 무난한 인물을 선택하기 마련”이라면서 “(윤 지검장은)차차기 총장이나 공수처장 등 다른 선택지도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