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여기에 영향을 받은 원화까지 변동성을 키우면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뿐 아니라 투자·소비심리까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弱위안 정책에 '불똥' 튄 원화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장이 지난 6일 "위안화 환율이 '기본적' 안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다음 날 곧바로 "무역분쟁 심화로 경제에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응할 여력이 있다"고 밝힌 것이 위안화 약세의 불씨가 됐다.
문제는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화 가치까지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화 가치는 통상 위안화 가치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4~5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직전까지 치솟은 이유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위안화가 상승한 탓이다.
중국당국이 7위안 선을 방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원·달러 환율도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았지만 다시 상황이 뒤바뀌었다. 며칠 사이 '달러당 7위안이 뚫릴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 선을 넘어 급등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여전히 유효하다.
중국이 '7위안'이라는 심리적 저지선을 스스로 무너뜨린 반면, 한국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란 점도 부담이다. 1차 환율 저지선으로 불리는 1200원대가 넘어서면 시장 심리 자체가 크게 악화될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원화 회복도 더딜 수밖에 없다.
보통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급등 후 급락은 오히려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4월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6억648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급격한 환율 상승이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환율 급등과 관련해 "최근 수출 품목이 고품질 하이엔드 제품 위주인데다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보다는 품질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저가품 위주로 수출하던 때와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환율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지며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이는 실물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고 추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전체가 얼어붙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안화, 앞으로의 전망은?
위안·달러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할지는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양국이 회담을 재개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위안·달러 환율은 7위안 선을 사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원론적인 입장만 유지한 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불안한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때 위안화가 역외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달러당 7위안을 넘을 수도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무산되는 최악의 경우에는 7위안을 넘어 7.5위안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미국이 추과 관세를 단행하고 중국이 맞대응하며 '강대강 대치'가 재현되는 시나리오다.
다만, 시장에선 이 시나리오대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협상이 무산되는 건 내년 대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중 무역협상의 양상에 따라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매도 움직임이 강해진다면 위안·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7위안을 넘어설 수 있다"면서도 "대내적으로 중국이 중장기적인 경기 부양책을 수출에서 내수로 바꾸는 중이어서 위안화의 추가 약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무역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중국이 달러당 7위안 선을 용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염지윤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화는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중국의 통화정책 여력이 높아져 중국의 7위안 사수 의지는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