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악이고 빈자는 선이라는 도식은 우리를 위선적으로 만들어온 혐의가 있다. 청빈(淸貧)은 오랫동안 가치의 윗줄에 있었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관성적으로 붙여오던 형용사가 꼬인다. '멍청하고 관대한' 부자와 '똑똑하고 비열한' 빈자. 관객은 어디에 감정이입할지 헷갈린다. 양쪽을 절대악으로 다루지 않으면서, 양쪽 모두를 살짝 경멸한다. ▷평등을 강조하는 정부, 복지를 역설하는 나라에서, 어떤 이유인지 빈부차가 더욱 극심해지고 중산층이 더욱 괴멸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때에, 맞춤처럼 등장한 영화다. ▷핵심 연기자는 사람이 아니라 '냄새'가 아닐까. 위장해도 위장할 수 없는 가난의 냄새. 아닌 척해도 오만하고 게으르며 이기적인 부(富)의 냄새. 이를테면 후각적 양극화다. 아이가 이렇게 말할 때, 지적질 당한 것처럼 괜히 찔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부자일 가능성이 있다. "저 아줌마, 아저씨, 선생님 모두 같은 냄새 나."◀ <國>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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