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숙제도 있다. 여전히 국회에서 논의 없이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처리는 김상조 위원장이 해결할 숙원이다.
김 위원장은 14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취임 이전부터 '재벌 저승사자'로 널리 알려진 그의 행보는 '재벌 개혁'에 집중됐다. 그는 2017년 9월 기업집단국을 출범시키면서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기업집단국은 출범 1년 만인 지난해 8월께까지 대기업에 과징금 400억원을 부과하고 총수 13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재벌개혁에 속도를 냈다.
이는 김 공정위원장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 메시지가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순환출자고리가 남아 있는 3개 그룹 역시 올해 안에 대부분 지배구조 개선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순환출자고리를 끊더라도 우회 지배가 가능하다는 시각에 대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경영 투명화 △총수의 경제력 집중 억제 등이 재계의 공감을 이끌어낸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공정위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된 193개 대기업 내부거래 금액이 2017년 12조9204억원에서 지난해 8조8197억원으로 31.7%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위 규제대상 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의 경우, 같은 기간 13.6%에서 10.8%로 2.8%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김상조 효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갑을 간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가맹사업법·대규모유통업법·대리점법 등 유통 3법을 전담하는 유통정책관실을 구성, 제도를 개선하고 갑을 간 상생협력을 유도한 것도 후한 평가를 받는다.
막다른 길에 몰렸던 영세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가맹점분야 표준약관 사용률은 91.8%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가맹점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오너 리스크 해소 △지자체 분쟁 조정 이관 △3배소 도입 △보복조치 금지 등 법 제도 개선은 불공정 거래 근절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불공정 하도급 분야의 사각지대였던 기술 유용에 대한 조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4억3100만원을 부과하고, 관련 임원을 검찰에 고발한 게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아직은 공정경제 실현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제출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논의하지도 않았다. 개정안이 국회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안건)’에서 제외되면서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전속고발권 폐지 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영세기업에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야권의 시각도 확고하다.
개정안에 포함된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공익법인과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이 기업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재계 반발이기도 하다.
권오인 경실련 재벌개혁본부장은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은 지주회사 전환 등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청산되거나 해소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역시 의견 수렴 과정에서 TF 보고서보다도 후퇴된 면이 있을 뿐 아니라 국회를 기다리기보다는 좀더 완성된 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