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가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믿는 이가 있다.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 장-크리스토프 마이요 감독은 동화 같은 경험을 했다. 그렇기에 누구나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고 어떤 분야의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발레를 통해 꿈을 나눈다.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은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신데렐라’를 공연한다. 18일과 19일에는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 선다.
지난 8일과 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마치고 10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마이요 감독은 “2005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월드디즈니의 신데렐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신데렐라가 맨발로 안무를 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며 “발레는 똑같지만 14년 전에는 ‘아빠’역을 한국 무용수가 맡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데렐라’에서 안재용은 주역 중 하나인 ‘아빠’역을 맡았다. 안재용은 “ ‘아빠’역을 위해 배역에 파고들고 있다.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감성들을 느끼고, 넓은 예술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독님께서는 동작의 정확도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중시하신다”고 설명했다.
마이요 감독은 자신뿐만 아니라 안재용도 ‘신데렐라’라고 표현했다.
2015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안재용은 2015-16 시즌 중 개인 오디션을 통해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정단원으로 입단해 화제를 모았다. 안재용은 뒤늦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발레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마이요 감독이 창작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발레에 대한 꿈을 키웠던 안재용은 오디션을 통해 그야말로 영화 같은 성공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발레단인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에서도 안재용의 춤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2017-18 시즌에는 세컨드 솔로이스트로 승급한 후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주역을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한 안재용은 2018년 여름 마침내 수석무용수인 '솔로이스트 프린시펄'로 승급했다. 현재 몬테카를로 발레단에는 최고 무용수인 '에투알'이 없다. 안재용은 현재 이 발레단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무용수다.
마이요 감독은 “3년 만에 수석 무용수가 된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모나코 편도 티켓을 끊고 나를 만나러 왔다. 이후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안재용은 사람들에게 열정, 희망 등을 전달했다. 그의 이야기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다”고 평가했다. 마이요 감독은 '아름답다'는 단어를 계속 반복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난 안재용은 “공항에서부터 환대를 받았다. 설렘과 떨림이 공존하는 상태에서 무대에 섰다”며 “대구 공연을 마치고 한 꼬마가 다가와서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지만 보면서 울었다’고 말해줬다.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닌 인간 모두가 갖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