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신한금융투자가 유상증자 연기로 초대형 투자은행(IB) 꿈을 미루게 됐다. 사업 확장과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도 잠시 접어야 할 상황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투는 신한금융지주로부터 6600억원을 증자 받을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말 신한지주는 유상증자 청약·납입 일정을 8월로 미뤘다. 청약예정일과 납입일은 6월 4일에서 8월 5일로 연기됐다. 신주권 교부 예정일도 6월 19일에서 8월 20일로 늦춰졌다.
출자 연기에 대해 신한지주 경영진의 채용비리 관련 소송 때문일 거란 시각도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거나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의 조사를 받고 있다면 단기금융업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신한금투가 초대형IB로 지정돼도 당장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 할 수 없다. 따라서 지주사 입장에선 출자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2018년 말 신한금투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3641억원으로, 유상증자 납입액 6600억원을 단순합산하면 4조241억원으로 늘어난다.
자본력이 강화됨에 따라 단기적인 자본 적정성 지표도 개선 가능하다. 한기평에 따르면 신한금투가 증자에 성공할 경우 자본적정성 평가지표인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 비율은 2018년말 기준 158.1%에서 193.4%로 개선된다.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은 순자본비율(NCR) 적용 이전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감독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위험선호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타인자본 의존도를 나타내는 조정레버리지배율은 6.2배에서 5.1배로 개선된다.
그러나 유상증자 연기로 자본적정성 지표는 제자리에 머물게 됐다. 신한금투는 IB부문 사업 확장에 따른 기업여신과 우발채무 증가로 자본적정성 지표가 빠르게 저하됐다.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 비율과 조정레버리지배율은 각각 2016년말 기준 346.3%, 4.9배에서 2년 새 158.1%, 6.2배로 악화했다. 신한금투의 자본적정성은 초대형IB와 자기자본규모 3조원 미만 증권사들에 비해서도 아쉬운 수준이다.
2018년말 기준 초대형IB 5개사의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 비율과 조정레버리지배율 평균은 190%, 6.2배다. 자기자본규모 3조원 미만 증권사는 348.2%, 4.2배다.
신한금투의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된 이유는 2017년 이후 IB부문 신용공여를 통한 수익 추구 영향으로 기업여신과 우발채무 규모가 급증해서다. 한기평에 따르면 2016년말 8690억원 수준이던 기업대출 규모는 2018년말 1조51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우발채무는 4157억원에서 3조24억원으로 급증했다. 한기평은 IB 후발주자인 신한금투가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위험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적정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박광식 한기평 금융실장은 “대형사 중심으로 IB부문 경쟁 강도가 심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신한금투는 위험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상증자를 통해 초대형IB로 지정되고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기업금융을 확대할 경우에도 시장지위와 수익기반 제고에는 긍정적이나, 리스크부담 수준의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