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포스텍, 고속충전·고용량 배터리용 '반금속 실리콘' 개발

2019-06-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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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이준희·POSTECH 박수진 교수팀, 저온서 1%의 황 도핑 후 반금속化… Nature Communications 게재

류재건 POSTECH 박사후 연구원, 이준희 UNIST 교수, 서지희 UNIST 석사과정 연구원, 이호식 UNIST 연구조교수.[사진=울산과기원 제공]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준희 교수팀과 POSTECH(총장 김도연) 화학과의 박수진 교수팀이 ‘저온에서 황이 도핑(doping)된 실리콘을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과 충전속도를 상승시키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지만 낮은 전기 전도도의 문제점을 지닌 ‘실리콘’의 한계를 ‘1% 도핑(Doping)’으로 해결했다는 게 유니스트의 설명이다. 도핑이란 물질에 불순물을 첨가하는 공정으로, 주로 반도체 공정에서 전기적 특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연구팀은 비금속(반도체)인 실리콘에 황을 도핑함으로써 전기 전도도를 높였다.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음극 소재로는 전기 전도도가 높은 흑연이 쓰인다. 그런데 흑연은 이론적 용량 한계가 있어 대체 소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실리콘이 중요한 후보지만 전기 전도도가 낮고, 충․방전 시 부피 변화가 커서 잘 깨진다.

박수진-이준희 교수팀은 이런 실리콘의 단점을 해결하는 ‘1% 도핑법’을 개발했다. 저온에서 대량의 실리콘 입자에 황을 도핑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이 방식으로 합성된 ‘반금속 실리콘’은 탄소 없이도 전기 전도도가 향상돼 고속충전이 가능했다. 기존에는 실리콘의 전도도를 개선하기 위해 탄소를 섞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공동 제1저자인 류재건 POSTECH 박사 후 연구원은 “실리콘에 황 같은 칼코겐 원소가 도핑되면 부도체-금속 전이가 일어나 금속 성질을 가지며, 반도체 분야에서는 이온 주입법을 이용해 칼코겐 원소를 실리콘 기판에 도핑함으로써 광전자적 특성을 개선하고 있다”며 “기존 공정은 복잡하고 비싸며 불안정성이 높아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로 손쉽게 반금속 실리콘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우선 금속할로젠화물 촉매로 이산화규소(SiO₂, silica)와 마그네슘 설페이트(MgSO₄, Magnesium sulfate)를 환원시켜서 원자 단위의 ‘실리콘/황 화합물(Seed)’를 만들었다. 이 물질들이 무작위로 뒤섞이면서 재결정화 과정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황이 균일하게 도핑된 구조의 실리콘 입자가 합성된다.

류재건 박사는 “반응 시작부터 황을 도입하는 방식을 써서 실리콘 입자에 균일하게 황을 도핑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며 “이 방식으로 합성된 반금속 실리콘은 전기 전도도가 50배 이상 향상돼 고속충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기술로 만든 반금속 실리콘은 내부에 황 사슬도 길게 도핑돼 리튬 이온의 확산속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실리콘과 황 원자, 또 황 사슬이 치환되면서 전기 전도도와 리튬 이온 확산속도를 모두 높이는 것이다. 이는 고속충전이 가능한 고에너지 배터리 개발에 이상적인 물리적 성질로 평가된다.

공동 제1저자인 서지희 UNIST 석사과정 연구원은 “실리콘 구조를 전혀 변형하지 않고 도핑할 수 있는 차별성을 가진다”며 “상용화된 리튬 이온 배터리 평가 조건에서 검증한 결과, 10분만 충전해도 흑연의 4배 이상 용량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이준희 UNIST 교수는 “반금속 실리콘 소재는 탄소의 도움 없이도 빠르게 충전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음극 소재의 특성을 확보한 최초의 기술”이라며 “단 1%의 도핑으로 실리콘 전극이 가진 거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했다”라고 강조했다. 박수진 POTECH 교수는 “이 기술은 배터리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광전자 응용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에너지 소재 산업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5월 28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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