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주총서 법인분할 '승인'…지주사 '한국조선해양' 탄생(종합)

2019-05-3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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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31일 오전 노조에 점거된 당초 주주총회장 긴급 변경…노조원 2000여명 '허 찔려'

31일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물적분할)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학교 체육관 앞에서 현대중 노조원들이 집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대중공업이 31일 오전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의 물적(법인) 분할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예정된 주주총회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이 노조원 2000여명에 의해 봉쇄되자 울산대 체육관으로 주총장을 긴급히 변경하는 등 이날 오전 내내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주식 7071만4630주 가운데 72.2%(5107만4006주)가 참석했다.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은 참석 주식 수의 99.8%(5101만3145주)가 찬성했다. 회사분할은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다. 현대중공업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데다가 반대가 명백한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3.1%에 그쳐, 주총이 열리기만 하면 통과는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 

주총 승인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 방식을 통해 중간지주회사와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로 나눠진다.

현대중공업은 존속 법인인 중간지주사의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꾸고 본사를 서울로 옮긴다. 신설 자회사의 사명은 현대중공업으로 하고 본사는 울산에 두기로 했다.

주총 승인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와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로 나눠지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존속 법인인 중간지주사의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정했다. 신설 자회사의 사명은 현대중공업 그대로 남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상장법인으로 되는 반면 신설 회사인 현대중공업은 비상장법인으로 존치된다.

현대중공업의 법인 분할은 지난 3월 KDB산업은행과 체결한 대우조선 인수 계약 내용에 따른 것이다. 당시 양사는 물적 분할을 통해 설립되는 한국조선해양에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 지분 55.7%를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키로 했다. 이 대가로 산업은행은 1조2500억원 규모 전환상환우선주와 8500억원 상당 보통주를 받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한 뒤, 국내외 결합심사가 승인되면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사측의 이날 주총 승인에 대해 노조는 원천 무효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은 "당초 주총개최시간을 경과한 이후 주총장을 변경했고, 주총개최 시간도 최초 통지한 오전 10시를 훨씬 넘긴 오전 11시10분으로 변경했다"고 무효를 주장했다. 이어 "대다수 소액주주들은 이동하기도 어려웠고, 우리사주 조합을 통해 약 3%의 주식을 보유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주총에서 의견표명을 하기는커녕 참석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법상 주주총회를 소집할 때는 2주 전에 사전 통지를 보내야 한다. 본점 소재지나 인접한 곳에 주주를 소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 국민은행 사례에서는 '주주들의 참석권이 침해될 경우' 주총장을 당일에 바꾸는 것도 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이날 장소 변경이 갑자기 당초 주총장인 한마음회관 외벽에 공지되자, 노조원들은 오토바이와 차량편을 이용해 긴급히 울산대 방향으로 집결했다. 하지만 이미 사측으로부터 개별 통보를 받은 우호 주주들은 바뀐 주총장에 앞서 도착했고, 사측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 총 주식 3분의 1 이상 참석한 것을 확인한 뒤 안건을 황급히 통과시켰다.

노조는 울산대를 주총장 변경장소로 예상해 경찰에 31일 조합원 3000명이 참가하는 집회신고를 냈지만, 막상 당일에는 당초 주총장인 한마음회관 사수에 주력하면서 변경된 주총장을 확보하지 못했다. 노조원들은 뒤늦게 울산대 주총장으로 모여, 사측의 분할안에 극력 저항했지만 경찰의 저지선을 넘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64개 중대 4200명의 경력을 농성장 주변에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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