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가는 인보사…고의성 여부 쟁점

2019-05-30 00:05
  • 글자크기 설정

환자 244명 25억 손배소 등 법정공방

이웅렬 전 회장 책임 피하기 어려울 듯

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사태가 법정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보사 소송은 코오롱 측이 인보사 성분이 바뀐 것을 고의로 숨겼는지가 쟁점이다. 고의성이 확인되면 코오롱 관련 업체는 물론 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 244명이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제품 판매사인 코오롱생명과학과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날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에 대해 허위 서류로 의약품 승인을 받았다며 판매 허가를 취소한 날이다.

환자들은 한 번 주사 맞는 데 700만원가량이 드는 인보사 치료를 받으면서 든 비용과 이번 사태로 받은 정신적 충격 등을 보상해 달라며 1인당 1000만원씩 25억원 상당의 배상을 청구했다. 

환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오킴스는 2차 소송단도 모집하고 있어 배상 청구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는 37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27일엔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142명이 서울중앙지법에 코오롱티슈진과 이 전 회장을 비롯한 9인을 상대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코오롱생명과학과 이 회사 대표이사 등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도 이달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회장과 전·현직 식약처장 등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인보사 시판을 허가해준 식약처에 대해서도 형사고발을 준비 중이다.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2017년 4월 5일 코오롱생명과학 충북 충주공장을 찾아 '인보사' 생일인 '981103'을 칠판에 적은 뒤 개발 과정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아주경제 DB]


인보사 관련 소송이 줄을 잇는 가운데 법정에서는 코오롱의 불법 행위와 고의성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보건당국은 코오롱 측이 인보사의 2액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세포’라는 걸 알면서도 허가 요청 서류에는 ‘연골세포’라고 적어 넣은 것은 조작에 해당한다고 봤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제품 허가 4개월 전인 2017년 3월에 2액이 신장세포라는 티슈진 보고를 받고서도 당국에 알리지 않은 것은 은폐 행위로 판단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 주주들도 투자 판단에 중요한 사항인 인보사 성분을 양측이 고의로 숨겨 투자 손실을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법원에서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코오롱 임직원은 물론 인보사를 ‘넷째 자식'으로 표현할 정도로 개발 전 과정에 관여한 이 전 회장에게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인보사 성분을 일부러 속여 식약처에 허가 서류를 냈다면 업무방해 혐의도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코오롱 측은 “2017년 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한 것이지 조작이나 은폐 사실은 없다”며 항변하고 있다.

투약 환자들이 겪는 부작용과 인보사 인과관계 등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인보사 투약 환자들에게 중대한 부작용 사례는 없었지만 183명이 311건의 이상 사례를 호소했다.

환자 측 법률대리인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미지의 위험물질을 몸속에 주입했고 이를 제거할 수 없다는 상황에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민사소송에서는 고의나 과실 여부가 중요한 데 앞서 코오롱 측이 과실을 인정했고 식약처가 고의성에 대해서도 밝혀 불법행위 입증이 더 쉬워졌다”고 밝혔다.

반면 코오롱 측은 “식약처에서 투약 44일 후에 세포가 생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고,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도 중대한 부작용이 없었다”면서 “인보사 안전성에는 큰 우려가 없고, 투약 후 통증·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고 제품 자체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