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칼럼] 가짜 AI 구분하려면?

2019-05-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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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의 온라인 부문인 닷컴에서 편집장을 맡게 되면서 IT 업체들과 미팅을 잡는 게 일상이 됐다. 우리 콘텐츠에 IT 기술을 접목해 협업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내가 만나 본 업체들의 공통점은 인공지능(AI)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우리 회사는 AI를 활용해 분석하고 있다”는 식이다. 

그런데,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이 회사가 정말 AI를 활용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가끔 있다. 특히 언론 홍보를 통해 사업을 키워 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업체일수록 AI를 자주 등장시키는 경향이 있다. 물론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회사의 평가를 높이기 위해 AI를 내세울 수 있겠지만, 유행어가 되어버린 AI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사용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업체들이 이야기하는 AI가 진짜인지 아니면 과장된 것인지를 분별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AI의 허상을 잡아내는 일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됐다.

AI라는 말에는 명확한 정의가 없다. 그래서 진지하게 기술을 전달하고 싶은 사람들은 오히려 AI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AI를 활용해 분석하고 있다”라는 말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AI라는 용어는 1956년 미국에서 처음 사용됐다. 미국 다트머스대 존 매카시 교수가 주도한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로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컴퓨터의 성능이 낮아 적용이 어려웠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러 1980년대에 또다시 AI라는 말이 등장했다. 특정한 전문가의 지식을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 전문가들의 두뇌를 그대로 컴퓨터로 옮겨 보려는 시도가 일어났다. 하지만, 실제 전문가들은 어떠한 판단을 내릴 때, 우리가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어려운 요소들을 동원하기 때문에 일정한 정보만 컴퓨터에 축적해 재현할 수 없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자 딥러닝(심층학습)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인간의 신경망을 따라 만든 뉴럴네트워크를 다층구조로 쌓아올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딥러닝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컴퓨터의 성능이 진화하고 AI 연구가 발전하면서 인간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더 나은 동작이 가능해졌다. 

우리가 AI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딥러닝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라고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고양이와 개를 보고 학습했기 때문이다. 뇌신경은 무의식 속에서 고양이라는 동물의 크기와 귀, 코, 입 등 공통적인 특징을 학습한다. 이 학습을 거쳐야 다른 고양이를 봐도 고양이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딥러닝은 이 학습과정을 수학적으로 실현한 방법이다. 딥러닝에선 특징이 서로 다른 색상과 크기, 형태 등 여러 패턴을 학습시켜야 하기 때문에 성능이 좋은 컴퓨터로 처리하는 게 필수다. 

 

[딥러닝 개념도 (그래픽 제공=구글) ]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의 자회사인 AI기업 딥마인드를 창업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AI연구의 흐름에 대해 “올바른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것은 거꾸로 말해 1956년과 1980년대의 AI 연구는 지금 시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1980년대 AI 전문가에게 지금 현재 AI를 묻는다는 것은 주판의 달인에게 엑셀의 수식을 물어보는 것과 같다.

딥러닝을 활용하기 위한 학습은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상에서 이뤄진다. 상당한 통계학적 지식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공계 소양은 필수다. 클라우드를 잘 모르거나 이공계 전공자가 아닐 경우, 그 사람이 말하는 AI는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

만약 “회사 사업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느 회사의 어떤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필수다. 그리고 주변 통계학자들에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회를 요청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국에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인물조회를 요청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한다.  

또 딥러닝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현재의 딥러닝 기술 수준으로 가능한 일은 영상인식,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복잡한 데이터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 정도다. AI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을 때 이 점에 유의하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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