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진행중인 재벌가] 부친 물러난 자리, 함께 키우거나 따로 걷거나

2019-05-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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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인듯 총수아닌 후계자들 下] 코오롱ㆍ한국테크놀로지ㆍ동원

[데일리동방] ◆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동일인(총수)에 지정되지 않았지만 실제 총수 역할 하고 있는 후계자들이 꽤 있다. 또 멀지 않은 미래에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경영수업에 한창인 2세들도의 열심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직 그룹의 공식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경영 전반에 나선 예비 총수들의 발걸음이 시장에 다양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데일리동방은 분주히 움직이는 후계자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지난해 11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히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제공]

재벌가 중에는 장남 중심 승계를 따르는 집안이 있는가 하면 특기별로 사업을 나눠 밑그림을 그려놓은 기업도 있다. 그룹을 이어받은 혜택에는 그만큼의 책임도 따른다. 후계자는 실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고 선대의 과실도 끌어안아야 한다.

◆이규호 전무, 코오롱 인보사 사태 ‘아버지 책임론’에 난감
코오롱은 이웅열 전 회장이 전면에서 물러났지만 공정위 동일인 기준으로 여전히 총수로 남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회장직과 지주회사 코오롱을 비롯해 계열사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혀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관심은 향후 총수로 거론되는 장남이자 4세인 이규호 전략기획담당 전무에게 쏠렸다. 당시 상무였던 이 전무는 승진과 동시에 ‘시장에 후계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렀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된 그는 패션 사업을 총괄 운영한다. 경영권을 바로 물려주는 대신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케 해 경험과 능력을 쌓게 하려는 의도다.

이웅열 전 회장은 코오롱 지분 49.74%를 움켜쥐고 있다. 아들의 경영 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주식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규호 전무는 패션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1분기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 영업이익은 79억원으로 전분기 246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제 막 패션을 총괄하게 된 만큼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산업자재와 필름 등 판매 증가로 인더스트리 자체 영업이익은 전분기 359억원에서 1분기 485억원으로 오른 점은 고무적이다.

코오롱 최대 난관은 인보사케이주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국내 최초로 허가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 식약처 허가를 받은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태아신장유래세포주가 담겼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코오롱은 치료제 개발 이후 15년간 주성분 변경을 몰랐지만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계열사 코오롱티슈진이 2년 전 주성분을 통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식약처는 이달 미국에서 코오롱티슈진 실사를 마치고 28일 인보사 허가를 취소했다. 이번 결정은 회사에 대한 집단소송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같은날 오후 4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 공동소송 손해배상 청구소장을 제출했다. 지난해 깜짝 퇴진한 이웅열 전 회장의 책임론도 불거지는만큼 그룹 후계자인 이 전무의 입장 역시 난처하게 됐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2011년 1월 20일 인도네시아 투자청에서 열린 공장설립 축하식에서 인도네시아 정부 환영 인사에 답사하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 제공]

◆조현식-조현범 형제 지분 비슷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조양래 회장도 경영권 이양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조 회장은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로 최대주주다.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 앤 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주식은 5.67%를 갖고 있다. 장남 조현식 총괄부회장의 지주사 지분은 19.32%, 차남 조현범 사장은 19.31%다.

후계 구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타이어는 두 사람의 공동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장남인 조현식 지주사 총괄부회장과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앤 테크놀로지 대표로 업무가 나뉘었지만 사업이 타이어 중심이어서 경영 효율 우려가 나온다. 사업 특성상 계열 분리도 쉽지 않다. 그룹 경영 방침을 두고 형제간 반목이 일어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수도 없다. 명확한 경영승계가 없어서 차남에게 승계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다. 지주사 지분은 두 사람이 엇비슷하지만 한국타이어 앤 테크놀로지는 조현남 사장 지분(2.07%)이 조현식 총괄부회장(0.65%)보다 훨씬 많다.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사진. 앞줄 왼쪽부터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박문서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장. [사진=동원그룹 제공]

◆김남구 금융-김남정 제조, 동원그룹 형제 나눠 승계

동원그룹은 후계구도가 완성되고 있다. 창업주 김재철 회장의 장남 김남구 한구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금융을, 차남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은 제조업 부문을 담당한다. 김남구 부회장의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율은 20.23%로 최대다. 김남정 부회장은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식 67.98%를 가졌다. 김재철 회장은 지난달 은퇴를 선언했지만 경영권 승계 작업은 5년 전 이미 끝났다는 평가다.

김재철 회장은 사전에 형제 간 경영권 다툼 요소를 차단했다. 그는 차남을 2014년 부회장에 앉혀 그룹 경영을 맡겼다. 장남에게는 금융을 맡겨 후계 구도를 명확히 했다.

엄격한 경영수업도 관심을 끌었다. 장남 김남구 부회장은 대학교 4학년이던 1989년 북태평양 명태잡이 원양어선에서 선원생활을 했다. 차남 김남정 부회장도 대학 졸업 이후 참치 제조공장에서 참치캔 포장과 창고 야적 등 생산 업무로 경력을 시작했다.

형제는 아버지가 50년간 이끌어온 회사에서 밑바닥 교육의 진가를 증명해야 한다. 일단 형제의 경영 상황은 순항중이다. 동원F&B는 1분기 영업이익 349억1500만원을 기록해 전분기 128억650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연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1302억원 늘어난 2186억원을 달성했다. 고객예탁자산은 전분기 대비 11조9000억원 증가한 162조5000억원 달성으로 호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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