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FCA는 27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르노에 합병을 제안했다. FCA와 르노 주주들이 합병회사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갖는 식이다. 합병회사 이사회도 과반수를 독립이사로 들여 지배구조가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게 한다는 계획이다. FCA는 이번 합병 제안에서 '지배구조의 균형'을 강조했다.
FCA는 아울러 이번 합병으로 공장을 폐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합병에 따른 구매력 증진에 힘입어 연간 50억 유로(약 6조6000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르노는 별도로 낸 성명에서 이날 오전 이사회를 소집해 FCA의 제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는 이미 일본 닛산, 미쓰비시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르노는 닛산 지분 43.4%를,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갖고 있다. FCA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연합)에 합류하면 연산 150만대를 넘기며 세계 자동차시장을 제패하게 된다.
블룸버그는 FCA와 르노의 합병 움직임이 자동차업계가 역대급 구조변화를 겪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환경규제 강화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 압력이 커진 가운데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둘러싼 기술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는 2009년 파산보호 상태에서 갓 벗어난 크라이슬러 지분 20%를 손에 넣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에 인수절차를 마무리짓고 회사 이름을 FCA로 바꿨다. 크라이슬러는 한때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함께 미국 자동차 '빅3'로 불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GM과 함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기사회생했지만 결국 피아트에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