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계 발전과 부실상조업체 관리, 소비자 피해 최소화 등을 위한 상조협회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업체 간 이견으로 추진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특히 업계 선두업체인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의 견해 차이가 크고, 협회 설립 비용과 업체 간 소송문제, 장기적 발전방안 부재 문제 등이 얽히고설켜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28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상조협회 설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형성돼 있다. 선수금 부채 인식 문제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후불식 상조업체‧장례식장과의 갈등 해결, 부실 업체 관리를 통한 고객 신뢰도 회복 등 주요 현안에 있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공인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협회 설립 방식과 구성 등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의는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다.
특히, 상조협회 초대 회장을 누가 맡을 것이냐를 두고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의 시각차가 크다.
업계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은 협회 설립 과정에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초대 회장으로서 역할을 할 의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중견 상조업체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협회 설립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금 10위권 내 상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프리드라이프가 협회 설립을 위해 다른 업체들의 의견을 듣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도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덩치가 되는 업체들 중심으로 한 협회 설립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프리드라이프는 협회 설립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보람상조는 대형사에서 초대 협회장이 배출되는 방향에 부정적이다. 상조협회 초대 회장 자리는 향후 각 업체의 이미지나 영업활동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선두 업체는 고문 역할을 수행하고, 젊은 업체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람상조 관계자는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협회가 필요하지만, 대형 업체는 협회장 자리에 오르지 않고, 고문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업계 선수금 3위, 5위 규모의 더케이예다함상조와 재향군인회상조회의 입장은 또 다르다. 두 업체는 오너 경영 체제가 아닌 각각 교직원공제회, 재향군인회 소속이기 때문에 협회 설립에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기 어렵다. 선수금 20위권 밖의 중소 상조업체 또한, 조심스럽게 리딩 업체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지역의 한 중소 상조업체 대표는 “협회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협회 설립 과정이나 방향을 우리가 설정하기란 쉽지 않다”며 “(그런 역할은) 리딩기업이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른 상조업계 관계자도 “결국엔 박헌준·최철홍 회장 등 리딩 업체 대표가 나서서 협회 설립 자금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각 업체가 얽혀 있는 소송문제 해결 방안, 향후 발전방향을 제시한다면 나머지 업체는 따라가지 않겠냐”며 “결국엔 리딩 기업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