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7분께 검은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취재진이 ‘증거인멸 직접 지시한 거냐 위에서 지시를 받았냐’, ‘증거 인멸 내용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작업과 관련 있냐‘, ‘지난해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해 무슨 대화를 나눴냐’ 등을 물었지만 답하지 않고 바로 법정으로 들어갔다.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홍경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과 박문호 삼성전자 부사장도 김 대표에 이어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역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김 대표는 검찰의 삼바 분식회계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바와 관계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자료와 내부보고서 등을 은폐·조작하는 과정을 총괄적으로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부사장과 박 부사장은 앞서 증거인멸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를 지휘한 윗선으로 알려졌다. 백 상무 등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쪽으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삼바와 삼성에피스 임원급 실무자들은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이재용 부회장을 지칭하는 ‘JY’를 비롯해 ’VIP’, ’합병’, ‘미전실(미래전략실’ 등 단어를 검색해 관련 문건을 삭제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두 회사 회계자료와 내부 의사소통 과정이 기록된 회사 공용서버 등을 직원 집과 인천 송도에 있는 공장 바닥 등지에 은닉한 사실도 최근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삼성에피스가 지난해 이뤄진 수사에 대비해 삭제한 ‘부회장 통화결과’와 ‘바이오젠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안에 있던 파일 2100여개 중 상당수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복원해 내용을 파악 중이다. 폴더명인 ‘부회장’이 이 부회장을 뜻하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삼바 수사가 시작된 뒤 사장급 인사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윗선 규명을 향한 수사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구속 결과는 이날 밤이나 다음 날 새벽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