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한반도 외교 안보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북한의 도발 배경과 식량지원을 통한 한국 정부의 중재자 움직임을 짚어보고, 복잡해지는 국제관계 속에서 한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혜안을 모색했다.
이번 좌담회는 이재호 극동대 초빙교수(이하 이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이성출 한미연합사 전 부사령관(이하 이 전 부사령관)과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교수(이하 김 교수)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이 얼마인지 객관적인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최근 북한이 한국 정부나 중국 정부에 대해 계속 식량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식량이 부족하다는 추정이 나오는데, 문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고, 얼마나 다급한지에 대한 이견이 많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확하게 북한의 현재 식량 부족분이 얼마인지, 또 어느 정도 다급한 건지 객관적 판단이 주어졌을 때 보수·진보에서 협의할 수 있는 범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부사령관은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투명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면서 "과거 대북 식량지원이 부담스러울 때 유엔식량계획(WFP) 등 제3자를 통해 지원하기도 했는데, 대북 식량지원이 꼭 필요하다면 제3자를 통하는 방식이 한·미동맹이나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다룰 때 덜 압박 받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 초미의 관심사가 대북 식량지원인데, 국내는 보수진영은 물론 상당수 사람들이 지금 상황에서 지급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을 품고 있다. 춘궁기가 끝나는 6월 말 또는 7월 초까지 이 문제는 핫이슈가 될텐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겠다.
김흥규 : 대체로 진보진영 분들은 북한의 핵문제와는 관계없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소위 보수는 북핵 해결이 안된 상황에서 식량 지원을 하는 건 도덕적 해이이고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여지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갈등하고 있고, 어떤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이 얼마인가는 객관적인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게 문제다. 왜냐면 최근 북한이 한국 정부나 민간, 중국을 향해 계속적으로 식량 지원을 요청한다. 문제는 그것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얼마나 다급한지이다. 춘궁기에 부족한 건 맞을 거다. 하지만 이견이 많다. 객관적 판단이 먼저 주어졌을 때 보수·진보 진영 간 협의할 수 있는 범위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이성출 : 저는 식량지원을 할 거냐 하지 않을 거냐 그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야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그 기준이 뭐냐하면 북한 핵이 현실적으로 우리 안보 위협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거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 거다.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이라든지 또는 남북관계 개선의 포커스를 바로 북한의 비핵화에 둬야지 않겠느냐. 대북정책 수립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 그 선택은 바로 비핵화라는 거다. 이번에 식량지원 문제도 합당한지 이 문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고, 또 하나는 국제사회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혹시 우리의 식량 지원이 제재를 약화시킬 가능성은 없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아울러 국민적 합의라든지 북한 요구가 이전에 있었는지 좀 더 투명하게 밝힌 가운데 검토돼야 한다.
이재호 : 과거에는 북한에 식량 지원이 부담스러울 때는 제3자를 통해 줬다. 유엔식량계획(WFP)을 통해 일단 주고 WFP 명의로 북한에 식량을 주는 방법을 통해서 일종의 국제사회 압박을 우회해서 피해간 적이 있다. 제 생각에 꼭 지원해야 한다면 그 방법으로 주는것이 한·미동맹으로 보나 비핵화 문제로 볼 떄 압박을 덜 받는 게 아니냐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