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과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한국감정원의 사명 변경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감정원이 현행 법에 따라 감정평가 업무에서 손을 뗐는데도 사명을 그대로 쓰고 있어 업계에 혼선을 주고, 협회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감정원 사명을 바꿀 것을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은 22일 "감정원은 감정평가 3법에 따라 2016년 9월부터 감정평가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며 "그러나 사명을 유지하면서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국제 감정평가 단체에도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감정평가 3법은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부동산공시법', '한국감정원법'을 통칭한다. 감정원은 3법이 시행되면서 감정평가 업무를 민간에 이양했다. 다만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에 관한 '조사·산정'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토지 관련 '조사·평가'는 감정평가사 담당이다.
김 회장은 "감정원이 수행하는 조사·산정은 단순 계산을 하는 것으로 전문성이 없다"며 "실제 감정 업무에서 제외된 만큼 '감정'이라는 사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국정감사에서도 몇 차례 다뤄진 해묵은 사안이지만, 마땅한 대안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감정원의 사명 변경을 주문했다. 당시 김학규 감정원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국회에 발의된 관련법도 없다.
사명이 바뀌면 기존 법명도 바뀌어야 하고, 비용도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감정원 측 설명이다. 감정평가 업무에 발을 걸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관련법에 따라 감정평가 타당성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회장은 감정평가 3법과 관련해 감정평가사들이 여전히 '업자'라고 불리는 처지도 개선하겠다는 각오다. 건설·부동산 관련 국가공인자격증이 수반되는 직업 중 '업자'라는 명칭은 현재 감정평가사에만 쓰이고 있다.
앞서 공인중개사는 2014년 공인중개사법이 생기면서 '중개업자'에서 '개업공인중개사'로 명칭이 바뀌었다. 올해 4월에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건설업자'가 '건설사업자'로 변경됐다.
김 회장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모순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올해를 변화의 해로 삼고 감정평가시장 확대와 감정평가사들의 지위 확보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