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 현장을 가다] 보수연정 ‘기적적 승리’ 비결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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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당 연정, 감세·점진적 기후변화 정책으로 정권 연장 성공

유권자들, 중도좌파 노동당 면세 축소·임금 인상 외면

결국은 ‘경제’였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치러진 호주 연방 총선은 집권당인 보수 성향 자유당·국민당 연립정부 승리로 끝났다. 유권자들이 호주 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된 이민·난민자 문제보다 감세 등 피부에 와닿는 경제정책에 더 관심을 가진 결과라는 평가다.

호주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하원 151석 가운데 과반수인 76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호주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자유당 연정은 77석을 확보했다. 야당인 중도좌파 성향 노동당은 68석에 그치고 있다. 개표는 75%가량 진행된 상태다.

자유당 당수인 스콧 모리슨 총리는 이날 0시께 지지자들이 모인 시드니 소피텔웬트워스호텔에서 가족과 함께 나타나 “난 항상 기적을 믿었다”며 “오늘 밤은 모든 호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해 다시 일하겠다”고 말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18일 밤 호주 시드니 소피텔웬트워스호텔에서 기적적인 연방 총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모리슨 총리가 ‘기적’을 언급한 것은 지난 몇 년간 여론조사는 물론 총선 출구조사에서도 줄곧 노동당이 우세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갤럭시가 진행한 출구조사에서는 노동당이 자유당 연정을 누르고 82석을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직전 진행된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도 노동당이 자유당 연정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자유당 연정이 그간의 열세를 딛고 정권 연장에 성공한 것은 이민·난민정책 같은 전통적인 화두보다는 감세와 점진적 기후변화 등 새로운 정책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호주 공영방송 ABC의 개빈 펑 보도총괄은 시드니 본사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총선은 경제와 기후변화, 교육, 보건이 무엇보다 큰 화두”라고 말했다. 멜버른에서 만난 이민 전문기자인 제임슨 버튼 프리랜서 기자도 “이번 선거에선 이민문제가 중요한 논쟁거리가 아니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에선 쟁점이지만 현재 호주에선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호주 멜버른 한 초등학교에서 연방 총선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2019.05.18. [멜버른(호주)=조현미 기자, hmcho@ajunews.com]


모리슨 정부는 지난해 1440억호주달러(약 118조4000억원) 규모의 세금 삭감안을 비롯한 총 3단계 감세안을 내놓았다. 중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세금공제 확대안도 마련했다. 자유당 연정은 선거 기간 이들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홍보했다. 이에 반해 빌 쇼튼 대표가 이끈 노동당은 면세를 축소하는 내용의 세제 개혁과 임금 인상, 급진적인 기후변화 대책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자유당 연정 정책은 특히 소도심과 농촌 지역에서 힘을 발휘했다. 경제력을 갖춘 멜버른 같은 대도시에선 노동당이 우세했지만 퀸즐랜드주 등 도시 외곽이나 농촌 지역 유권자는 자유당 연정에 표를 몰아줬다. 노동당은 전통적 지지기반이던 동남부 빅토리아주와 서부 지역에서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유권자 선택을 받지 못한 쇼튼 노동당 대표는 선거 당일 밤 자신의 선거구가 있는 멜버른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노동당이 차기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게 확실하다”고 선거 패배를 인정하며 노동당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연방 총선 승리를 주요 기사로 다룬 20일자(현지시간) 현지 신문들. [멜버른(호주)=조현미 기자, hmch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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