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놓인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논의를 두고 경제전문가들 한숨소리가 늘고 있다. 한국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데도 경기 대응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자칫, 여야 정치적 대치 국면 속에서 추경 쪼개기 마저 우려된다. 이와 달리, 경기 반전을 위해 정부의 당초 추경안 규모를 다소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올해 추경안은 지난달 25일 국회에 제출됐다. 6조7000억원에 달하는 예산 규모다. 미세먼지와 민생경제로 구분된다.
미세먼지와 민생경제 분야를 나눠 별도 추경안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야권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 야권 지도부 한 관계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설득에 나섰지만, 분리 추경을 해야 하는 게 맞다"며 "더구나 안전 예산의 경우, 예비비를 신속히 현장에 투입하면 되는데 추경에 편성하면서 뒤늦게 투입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야권의 반발은 연이은 추경 마련보다는 추경안에 담긴 사업 효과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3차례 추경을 내놨기 때문에 추경 사업에 대한 현미경 검토 차원에서 반기를 들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앞선 2차례 추경으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은 "이번 추경이 경기 진작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추경을 위한 추경 같다"며 "우선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하는데, 수출과 고용이 안 좋으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기본적으로 재정 파급력이 높은 데 예산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가 돈을 쓰고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향후 경기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추경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 여건 상 세계경제 판단이 수정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져 추경 편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추경으로는 당초 성장률을 키우려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려우니, 야당도 정부안에 추가 예산을 더하는 등 생각을 바꾸고 멀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도 "정부가 생각한 수준보다 한국경제가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추가 재정을 통해 성장 잠재력이 급감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며 "정부도 이제는 눈치 볼 것 없이 △도로 △송유관 △통신망 △상하수도 △항만시설 △주요기관 인프라 등 낡은 SOC 투자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경기 하락 신호가 왔을 때 제때 대처를 하지 않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으로 지적한다. 그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가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지 않을 때 향후 10년간 평균 1.7%의 경제성장률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경고 역시 흘려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들린다.
구윤철 기재부 차관은 "국회의 조속한 추경 심의가 절실하다"며 "추경 예산안에는 △중소기업 수출 △자금지원 확대 △스마트 공장 보급 등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등 민생경제를 살리는 사업이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