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에 입수한 박 전 대통령, 최씨, 정호성 전 비서관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눈 녹취에 따렴, 세 사람이 서울 모처에서 회동하면서 취임사 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녹음는 총 90분 분량이다. 세 사람의 육성 대화는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일부 공개된 적이 있지만, 대규모 녹음 파일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녹음에 따르면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 들어갈 핵심 내용부터 세부적인 표현까지 일일이 지시했다.
이어 취임사 초안에 들어간 복지 정책 부분을 읽으면서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돼”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딱 보면 모르냐고, 짜깁기해서 그냥 갖다 붙여가지고, 이거는 취임사가 아니라 무슨 경제장관회의, 총선에서 어디 나가서 얘기해야 하는 거지. 내가 보기엔 이거는 하나도 쓸모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은 모두 최씨에 의해 구체화됐다.
그는 “첫 번째,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 뭘 하겠다는 걸 일단 넣는데”라며 “나는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를 과학기술·IT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할 것이다’ 그건 어떠세요”라며 취임사 문장을 그대로 불러줬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말을 듣고 “그게 핵심이에요”라며 맞장구 치기도 했다.
녹음에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 말을 끊고 지시하는 상황도 담겼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는 결국 사람이 키우란 거죠. 왜냐면 창의력과 아이디어와...”라고 말하는 와중에 “그렇지, 경제를 잘하려면 아이디어와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부국(富國), 정국(正國), 평국(平國)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다음 편안한 평국”이라고 말하자 최씨가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상의를 좀 해보세요”라고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앞에서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취임사 내용을 얘기하는 걸 정 전 비서관이 듣고만 있자 “좀 적어요”라고 짜증을 내거나 “빨리 써요, 정 과장님”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녹음 파일에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질책하는 듯한 내용도 담겼다. 최씨는 “내일 어떻게 발표하실 거 좀 정리를 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얘기 안 하셨죠”라는 물음에 박 전 대통령이 “거기만 안 했어요”라고 답하자 한숨을 쉬었다.
한편,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